14일 개막한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 전은 서울 중구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내년 3월 30일까지 열린다. 유화, 데생, 판화 등 80여점과 반 고흐, 세잔 등 밀레와 관계가 있었던 작가의 작품 70여점도 함께 소개된다. 단순히 대표작을 나열하는 식을 탈피해 밀레 이전과 이후 작품까지 함께 소개함으로써 그를 중심으로 시대적 흐름을 함께 조망하도록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프랑스의 쉘부르, 루브르, 오르세, 랭스, 보르도, 몽펠리에, 생-로, 툴 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김지영 큐레이터는 “프랑스 정부가 제시한 3개 운송사 중 한 회사를 정해 해당 미술관장 및 전문가들이 입회한 가운데 특수 제작한 포장 박스로 운송해왔으며, 각종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해 원화가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출품작 중 행방불명 100여년만에 최근 발견돼 화제가 되었던 대표작 ‘라 샤리테 (동정심)’가 우선 눈에 띈다. ‘라 샤리테’는 한 여인이 딸을 통해 문 밖 거지에게 빵을 전하는 모습으로 따뜻한 색채와 강한 빛의 대비로 인간 사이의 사랑을 나누는 법을 회화적으로 일깨워 준 작품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밖에 여인과 아이가 천둥 치는 길을 뚫고 걸어가는 장면을 담아 삶의 강인함을 표현한 ‘오라주’(천둥), 첫 아내를 모델로 한 ‘실내복을 입고 있는 폴린 오노의 초상’, 밀레의 가장 오래된 풍경화 ‘라 아그의 절벽’도 출품된다. 루브르 미술관이 소장한 밀레 그림 중 최고 수작으로 꼽히는 ‘어머니와 아들’도 이번에 만날 수 있다. 관람료는 일반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 02-2124-8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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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켈란젤로 이후 가장 위대한 조각가로 평가받고 있는 현대 조각의 거장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의 작품전은 17일∼내년 2월 26일까지(2003년 1월6일, 2월3일 휴관)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열린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과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칼레의 시민들’ ‘발자크’ ‘지옥의 문’ ‘생각하는 사람’ 등 진품 조각 65점과 드로잉 6점 등 모두 71점이며 자필편지 3점도 공개된다.
이와 함께 ‘칼레의 시민들’을 완성하기 위해 로댕이 별도로 제작했던 15점의 실험작과 ‘발자크’를 위해 제작한 6점의 중간 작품도 나온다. 또 ‘지옥의 문’ 제작 과정에서 독립된 작품으로 만든 ‘늙은 투구공의 아내’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다나이드’ 등 초기에서 후기까지 작품이 모두 망라된다.
젊은 시절 프랑스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살롱전에 현대 조각의 효시로 평가받은 ‘청동시대’를 출품하면서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로댕은 ‘세례요한’으로 재능을 다시 한번 평가받은 뒤 1880년 대작 ‘지옥의 문’을 통해 자신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널리 알렸다. 가장 잘 알려진 ‘생각하는 사람’은 근대 계몽주의 철학을 개척한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철학적 명제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불후의 걸작이다.
관람료는 대학생 이상 9000원, 초중고생 7000원, 유치원생 5000원. 02-789-3788, 02-368-1516.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