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시험에 실패’〓부시 대통령은 18일 이라크의 무기 보고서를 공식 평가하기 위해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했다. NSC는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가 생화학 및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밝히지 않아 유엔 안보리 결의안 1441호를 위반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NSC 관리들은 부시 대통령이 군사 행동을 예고하는 ‘중대한 위반’ 규정을 이번에는 적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대신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이라크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시험에 실패했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확증 쥐고 있어’〓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모종의 확증을 쥐고 있는 데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UPI통신은 전직 고위 정보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 정보기관들이 핵무기 및 생화학 무기 제조와 관련해 이라크와 외국 군수업체들간에 오간 통신과 자금 내용을 감청 등을 통해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이라크는 스웨덴 독일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중국 등의 군수 기술업체와 몰래 거래했으며 스위스 은행을 통해 비밀 송금했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의 관리는 “이는 이라크의 보고서에는 없는 내용”이라며 “이를 어떻게 공개할 것인지 곧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군사 행동 이전의 명분 강화〓미국은 유엔 무기사찰단이 실질적인 이라크 사찰 보고서를 제출하는 내년 1월 27일부터 2월 초 사이에 이라크측의 ‘중대한 위반’이 발견되거나 사찰방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지금 ‘중대한 위반’을 선포하기보다는 그때까지 충분한 기간을 두고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설득하면서 명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이 18일 유엔 무기사찰단에 “이라크 과학자들과 이라크 국외에서 인터뷰하라”며 사찰 강화를 촉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한편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 등은 19일 이라크의 보고서에 대한 초기 평가를 제출했다. 이들은 “이라크가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추가 사찰이 필요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외신종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