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면 충분히 일했다. 뼈빠지게 일한 대가로 누리는 연금 생활 기간마저 단축시키겠다는 거냐.”
최근 유럽에서 65세 정년퇴직제 폐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정년퇴직 연령 폐지론은 “연금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연금 지급 개시일을 늦춰야 하고, 그러려면 노인들을 더 오래 노동시장에 붙잡아 둬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에 근거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연금제도에 대한 종합 보고서를 발표, “EU국가들의 연금제도 파멸을 막기 위해서는 노동인구를 늘려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65세 이후에도 일하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U는 65세 이상 연금 수령자 1명당 노동인구가 현재의 4명에서 2050년에는 2명으로 줄어듦으로써 연금재정이 파탄될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
영국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연금제도 개선방안의 핵심도 65세로 규정된 정년퇴직 연령의 적절성 문제. 이 개선방안은 65세 정년퇴직제의 폐지를 공식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65세 이후에도 일하도록 유인하기 위한 각종 촉진책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연금 수령을 5년간 연기해 70세부터 국가 연금을 받는 근로자들에게는 거액의 일시불을 주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주간 이코노미스트도 “65세 정년퇴직은 시대착오적인 관념”이라며 정년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자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년퇴직 연령 65세는 1925년에 당시의 평균 수명을 근거로 결정된 것”이라며 “하지만 오늘날 65세는 긴 세월의 노동에 지친 닳아버린 나이가 아니라, 비육체적 노동을 건강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년 폐지 또는 연장 주장들이 “더 일하고 싶어하는 ‘젊은 노인들’의 비자발적 은퇴를 막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연금을 덜 주자는 발상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많은 유럽 시민들은 고개를 흔들고 있다. ‘젊을 때는 비록 허름하게 입고 뼈빠지게 일하지만, 은퇴하면 연금에 기대 쉬면서 노후를 즐길 수 있다’는 희망마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