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보성산업"장애인 채용 늘리니 매출도 늘어요”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8시 50분


문구 등 팬시용품을 제조하는 인천 계양구 작전동 보성산업은 3층밖에 안되지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장애가 있는 종업원들을 위해 박종칠 사장(46)이 일부러 만든 것이다. 박 사장은 3층에 자신의 사무실이 있지만 거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는다.

1993년 설립된 이 회사의 종업원은 모두 35명. 이 중 60%인 21명이 장애인이며 19명은 정신지체장애인이다.

중고 사출성형기계 4대를 구입해 플라스틱 전자부품을 만들던 박 사장이 장애인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0년 4월. 주력 생산품목을 필통과 연필깎기 등 문구류로 바꾸면서 조립과 포장공정을 맡길 인력이 필요했다.

98년부터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등에서 인천지역 장애인을 채용할 것을 수 차례 권유했지만 박 사장은 “사출작업은 부상 위험이 높다”며 번번이 거절했다. 그러나 필통을 조립하고 포장하는데 굳이 장애인을 쓰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박 사장은 공단의 추천을 받아 홍종관씨(41) 등 정신지체장애인 3명을 채용했다.

처음에는 의사 소통이 제대로 안 되고 무슨 일을 시켜야 할 지 난감해 한동안 아무 일도 시키지 않았다. 대신 이들이 어떤 작업에 흥미를 갖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한 달 후 홍씨에게 포장업무를 맡겼고 나머지 2명은 조립반에 배치했다.

박 사장은 장애인을 매년 채용했다. 회사의 매출도 2000년 4억60000만원에서 2001년 5억3000만원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8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비장애인에 비해 작업 능률은 떨어지지만 근무시간이 같기 때문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 월급 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

장애인들은 매년 어버이날 ‘사장이 아니라 아버지 같은 사람’이라는 뜻에서 박 사장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준다. 사탕과 과자 등도 선물로 건넨다.

박 사장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회사 안에 기숙사를 마련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20일 인천 노틀담복지관 문용준 사회복지사(25·여)가 케이크를 들고 이 회사를 찾았다. 복지관에서 재활교육을 받고 취직한 7명의 장애인을 상담하기 위해 연말을 앞두고 방문한 것.

문씨는 박 사장에 대해 “장애인의 적성과 흥미를 꼼꼼히 파악해 일을 맡긴다”며 “모든 회사가 이 회사처럼만 한다면 장애인 문제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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