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아픈 미술은 가라”
팝아트(Pop Art·Popular Art의 줄임말)는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현대 미술운동이다. ‘머리를 싸매게 하는 어려운 미술’에 반기를 든 미술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빠른 경제 성장으로 소비가 미덕이 되는 사회적 상황을 반영, 슈퍼마켓을 가득 채운 생필품들, 광고물, 미디어가 만들어 낸 대중스타와 이미지들에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
-사진제공 예술의 전당 |
‘미술도 운동경기처럼 팝콘을 먹으면서 감상하도록 하자’는 기치를 내건 이들은 영화배우와 유명 배우 얼굴, 인기만화, 광고 상표들을 복제하거나 아예 실제 오브제를 제시하는 등의 다양한 실험을 펼친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사우스 플로리다대학 그래픽 스튜디오와 로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주요 작가 12명의 작품 52점. 대표 작가인 앤디 워홀과 팝아트에 선구적 영향을 준 화가 로바트 라우젠버그, 재스퍼 존스를 비롯해 짐 다인, 톰 웨슬만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내년 2월 9일까지 예술의 전당, 어른 5000원, 초중고교생 3000원. 02-580-1300
● 구용선생 추모전
독특한 ‘구용체’의 아름다움
‘한국의 다다이스트’ 김구용(金丘庸·1922∼2001)의 1주기(28일)를 기리기 위해 동료 후배 제자들이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학고재에서 30일까지 열리는 ‘구용선생 글씨전-1주기 추모전’.
김동호 성균관대 명예교수, 김영환 고려대 교수, 임우기 솔출판사 대표, 김영복 문우서림 대표 등이 그의 빈자리로 인한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전시를 준비했다. 그가 후배들을 각별히 사랑했던 만큼 구용을 추모하는 ‘남은 이’들의 정은 깊었다. 23일 열렸던 개막식에서는 여러 문인 화가 서예가들이 눈물로 그를 기렸다.
이번 전시에는 시서화(詩書畵)에 능했던 그의 작품을 소장한 이들이 한두 점씩을 내놓아 모두 8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고 천상병 시인의 부인 목순옥, 시인 정진규 박제천, 아동문학가 어효선 등이 그에게서 받은 엽서나 글씨 등을 직접 가지고 왔다. 이번 전시에는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도입부분, ‘허탈(虛脫) 없이는 아무도 하늘나라에 도달할 수 없다’라고 쓴 작품을 비롯해 목각작품인 ‘분다리화(分陀利華·自蓮華)’, 작가 김동리에게 써준 ‘무녀도’ 글씨와 그림 등이 선을 보인다. 김구용의 글씨는 특유의 독특한 미를 가져 ‘구용체’라 불릴 정도. 그림 역시 전통적 문인화로 주목받았다. 임우기 대표는 “우리 문단에서 시집과 작품집 표지 제작, 묘비명을 가장 많이 부탁받으셨던 분”이라며 “김동리 박종화 박용래 선생 등의 묘비에 글씨를 도맡아놓고 썼다”고 회고했다. 그는 생전에 추사 김정희에 대한 독보적인 해설가이기도 했다.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 현대조각 특별전
한국조각의 진면목
‘조각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한국 현대 조각의 진면목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사실 조각’의 대부라 불리는 강관욱의 대형조각 ‘민초(民草) 3’이 전시장을 압도한다. 두 손을 불끈 쥔 맨몸의 남자를 떠받치는 수많은 민초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 조각은 ‘권력을 떠받치는 진정한 힘’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작품은 모두 54점(작가 34명)으로 한국 현대 조각의 선구자 격인 김종영에서 젊은 작가 유재흥까지 망라한다.
서민석 큐레이터는 “본격적으로 현대조각을 망라한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동안 주제별로 묶은 전시는 많았으나 이번에는 구상 추상 설치 회화 빛 사진 등 다양한 영역별로 작품을 묶어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고 말했다.
2층 전시장으로 가면 현대 조각의 다양한 실험들을 만날 수 있다. 각 분야가 섞이고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이긴 하지만 조각 역시 근래 들어 다양한 매체가 유입되면서 심지어 회화와 조각의 경계조차 불분명해졌다는 것이 실감난다.
앤틱(antic) TV와 라디오로 로봇을 만든 백남준의 ‘선구적’ 작품을 비롯해 비디오 영상과 센서, 모터, 컴퓨터를 이용한 조용신의 작품이 신선하다. 홀로그램, 광섬유, 형광 조명, 스테인리스강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이른바 ‘빛 조각’(심영철 최병상)과 모터와 같은 동력이나 기류, 인력 등에 의한 움직임을 표현한 ‘키네틱 조각’(김동원 배동혁 윤명석), 사진에 찍힌 형상을 그대로 조각으로 만든 ‘사진 조각’(고명근 홍성도 권오상)도 눈길을 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관람객들이 작품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게 했다. 내년 2월 9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된다. 입장료 어른 3000원, 초중고교생 2000원. 02-580-1517∼8
● 2002 광화문 만화경
만화로 본 요지경 세상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안 광화문갤러리에서 30일까지 만화 작가 43명이 ‘만화로 보는 요지경 세상’을 주제로 펼치는 전시다. 세종문화회관이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한국 만화의 현 주소를 일반인이 찾기 쉬운 지하철 갤러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보여준다는 기획 의도를 담고 있다.
전시는 20, 30대 장·단편 만화가들의 작품을 모은 ‘만(漫)사형통’, 한 컷으로 다양한 의미를 전달한 ‘카툰펀치(사진)’, 사진과 조각 등으로 만화적 상상력을 표현한 ‘만화역습’, 작가 10명이 공동 작업한 단편 애니메이션을 한 작품으로 재편집해 상영하는 ‘만화헌정’ 등 4섹션으로 나눠 열린다. 02-399-1773
● 박여숙 화랑 개관 기념전
국내외 작가 23인 출품
1983년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강남에 화랑을 연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이 개관 19년 기념전을 28일까지 연다. 전시제목은 ‘동고동락(同苦同樂)’. 박서보 서세옥 김종학 전광영 정종미 임만혁씨와 크리스토 우고 리바 등 이 화랑과 인연을 맺었던 국내외 작가 23명이 작품을 냈다. 특히 12일에는 김강용 서정국 이영섭씨 등 작가 10명이 낸 소품으로 자선 경매쇼를 갖고 수익금 2000만원을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단체인 ‘프렌드 케어’에 기탁하기도 했다. 02-549-7574
● 서울, 하늘·땅·사람
선조들의 우주관속으로
조선시대의 세계관과 우주관을 탐구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이존희)과 고려대 박물관(관장 최광식)이 공동 주최해 27일부터 내년 12월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갖는 ‘서울, 하늘·땅·사람’ 기획전은 선조들이 우주의 근본으로 생각했던 천(天) 지(地) 인(人)의 세 가지 요소를 주제로 한 전시회다.
이 전시회에는 조선시대의 천문도와 천문 기기(하늘), 세계 지도를 비롯한 고지도와 실경 산수화(땅), 궁궐도와 궁중 행사도(사람) 등 조선시대 유물 100여점이 출품된다.
전시는 3개 부분으로 구성됐다.
하늘을 주제로 한 제1전시실에는 혼천시계와 각종 해시계, 조선시대 천문 관측 유물 등이 선을 보인다.
제2전시실의 ‘땅’ 전시는 조선시대의 세계, 국토 인식을 알 수 있는 대목.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보물 850호)와 동여도(보물 1358호) 등의 고지도와 지도 제작 기구 등이 전시된다. 서울의 성곽과 궁궐을 회화식으로 그린 도성대지도는 ‘역사 속의 서울’을 느끼게 하는 유물.
제3전시실의 주제는 사람. 궁궐도와 조선시대 궁궐 행사의 그림들이 전시된다. 창덕궁과 창경궁의 모습을 16화첩으로 장대하게 나눠 그린 동궐도(국보 249호)가 특히 눈길을 끈다. 02-724-0114
● ‘The State of the House’
대사관저로 간 상상력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학장 조정현)이 내년 1월 9일까지 영국 런던의 주영국 한국 대사관(대사 나종일)에서 여는 ‘The State of the House’전은 미술 전시장을 갤러리나 미술관이 아닌 독립된 외교 자치구역인 대사관으로까지 확대한 전시다.
이 대학 출신 작가와 재학생 23명은 런던 켄싱턴 빅토리아 풍 저택인 대사관저를 회화 조각 설치 비디오 섬유공예 도자공예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품으로 꾸며 발랄한 감수성과 상상력의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영국의 왕립예술학교도 여성 작가와 학생 10명의 작품을 내서 양국 여성간 교류를 모색한다.
총 출품작은 33점. 이화여대는 이 전시를 시작으로 앞으로 매년 해외 주재 공관을 전시공간으로 전환하는 ‘Ewha Goes Overseas:이화는 세계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02-3277-20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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