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맞수이던 웨인 그레츠키는 이미 떠났다. 그러나 ‘슈퍼 마리오’는 불혹을 앞둔 나이에 여전히 빙판을 달린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마리오 르뮤(37·피츠버그 펭귄스). 그는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단 한 명뿐인 선수 겸 구단주다. 팬들은 그를 곧잘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마이클 조던(39·워싱턴 위저즈)과 비교한다. 한때 빙판과 코트에서 각각 ‘황제’로 군림했다는 공통점 외에 은퇴 후 다시 컴백했다는 점도 닮았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게 있다. 조던은 복귀 후 사양길을 걷고 있는 반면 르뮤는 ‘새로운 탄생’이라 할 만큼 전성기 때와 다름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르뮤는 26일 현재 NHL에서 17골 43어시스트로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포인트 랭킹 1위(60)를 달리고 있다. 2위인 보스턴 브루인스의 조 손턴에 무려 11점이나 앞선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것. 성탄절 전날 홈링크 멜론 아레나에서 벌어진 버펄로 세이버스와의 경기는 그의 진가를 확인시켜 주었다.
1-2로 뒤진 채 맞은 3피리어드. 이때부터 ‘슈퍼 마리오’의 마술이 시작됐다. 알렉세이 코발레프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한 르뮤는 2분 후 페이스오프(반칙 등으로 중단된 경기를 재개하기 위해 양팀 선수가 맞선 가운데 심판이 링크에 퍽을 떨어뜨리는 행위)된 퍽을 막바로 역전골로 연결시켰다. 이어 번개 같은 2개의 어시스트. 불과 6분 사이에 1골 3어시스트를 기록한 그를 두고 상대팀 버펄로의 린디 러프 감독은 경기 후 “마리오만이 할 수 있는 마술”이라며 찬사를 연발했다. 이날 경기는 피츠버그가 5-2로 역전승.
84년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NHL무대에 데뷔한 르뮤는 97년 은퇴할 때까지 12시즌 동안 ‘아이스하키의 전설’ 웨인 그레츠키(99년 은퇴)와 ‘빙판의 황제’ 자리를 다퉜던 대스타. 그는 동물적인 골감각과 천재적인 스케이팅 실력으로 845경기에서 671골 990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21년간 NHL에서 뛰며 득점왕 10회, 최우수선수(MVP) 9회에 개인통산 최다골(894)을 넣은 ‘20세기 최고의 아이스하키 선수’ 그레츠키엔 못미치지만 르뮤는 3차례 MVP에 6차례 득점왕에 올랐고 91년과 92년에는 피츠버그 펭귄스를 2년 연속 스탠리컵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가 더욱 팬들의 존경을 받는 것은 암을 극복한 ‘인간승리’의 표상이기 때문. 93년 암의 일종인 호지킨병(악성육아종증) 선고를 받고 94∼95시즌을 뛰지 못했으나 끝끝내 암을 이겨내고 빙판에 복귀했다.
97년 은퇴 뒤 한 달 만에 ‘명예의 전당’에 오른 르뮤는 99년 피츠버그 펭귄스를 매입해 구단주가 됐다. 그러나 그는 3년6개월여 만인 2000년 12월29일 빙판에 다시 돌아왔다.
르뮤는 올 2월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주장으로 캐나다팀을 이끌며 50년 만의 우승신화를 엮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수준 높은 플레이를 팬들에게 보여줄 자신이 없었다면 빙판에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슈퍼 마리오의 신화’는 오늘도 계속된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