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동아일보사와 공동으로 26일 오후 2시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제3회의실에서 ‘정부조직 개편과 관리혁신’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의 행사는 ‘새정부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2월초까지 개최되는 다섯차례의 심포지엄 중 첫 번째이다. 이는 각계각층의 전문가 집단이 오랫동안의 연구작업 끝에 마련한 ‘차기 정부의 정책과제’를 새 정부에 제안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정부조직개편 연구 : 김동욱 교수(서울대·행정학)▼
새정부 조직개편의 방향은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의 역할 재정립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정의 비전을 제시하고 대통령과제(agenda)의 추진과 국정운영 평가에 힘을 쏟아야 한다.
국무총리는 정책이견 조정과 국무위원 임면 협의에, 장관은 부처의 조직권·인사권·예산권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정책을 기획·집행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대통령비서실은 비서실장 아래에 대통령과제를 추진할 4, 5명의 정책보좌관과 대통령의 통상적인 업무를 보좌할 5명의 수석비서관(정무, 외교안보, 공보, 총무, 의전)을 두고 경제수석과 민정수석은 폐지하는 것이 좋다.
현재의 2원(감사원, 국가정보원)·18부·4처·16청·10위원회는 2원·15부·15청·5위원회로 개편해 3부·4처·1청·5위원회를 감축할 필요가 있다. 부총리제는 폐지하고 큰 부에는 차관을 복수로 둬야 한다.
현행 기획예산처와 국무조정실 및 정보화 업무를 통합한 기획조정부를 두고, 이를 수석부처로 해서 기획·예산·개혁·정보화·정책조정을 담당하는 전략조직으로 활용하면서 대통령의 국가혁신 비전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도록 해야 한다.
▼정부산하기관 개혁 평가와 과제:김병섭 교수(서울대·행정학)▼
정부산하기관의 예산과 인원은 중앙정부보다 더 크다. 산하기관의 수는 98년 1월 현재 551개로, 38만명의 인원과 143조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그 규모가 지나치게 방대하고 운영은 비효율적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경우 예산 자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연구기관은 연구비를 받기 위해 부처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게 돼있다. 장기적이고 독립적인 연구가 필요한 기초 과학기술 분야는 연합이사회가 예산배정권을 가져야 한다.
정부투자기관에는 공정성, 독립성, 경쟁성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일상적 운영과정에서 정부의 직접 개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배권과 경영권을 사실상 정부가 행사하고 있다.
정부산하기관은 기관장이 ‘선한 청지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자율책임경영제를 확립해야 한다. 감사 시스템에는 시민참여를 강화해야 한다. 또 정보공개 및 공시제도를 통해 조직관리에 관한 중요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지방행정조직의 개혁방안:김순은 교수(동의대·정치학)▼
새정부에서 추진할 지방행정조직 개혁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와 민주당의 대선공약으로 볼 때 다분히 분권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지방 행정조직 개혁은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목표와 일치해야 한다. 지방행정조직 개혁의 목표는 지역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민주성을 신장하는 데 있다.
분권을 앞세운다는 것은 민주성 신장을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지방행정조직의 개혁보다는 지방분권 개혁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이다. 지역의 민주성 제고가 행정의 효율을 제고하는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새정부는 초기에 개혁을 완료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의 2층제 지방정부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일본의 사례처럼 특별시와 광역시의 자치구 지위향상이나 기초 지방정부의 행정조직개편 문제 등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개혁은 전문가들의 철저한 연구와 이해당사자의 의사표시, 적극적인 국민참여를 통해 합법적이고도 민주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훗날까지 모범이 될 수 있는 개혁 전통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정부의 소프트웨어 개혁:김판석 교수(연세대·행정학)▼
그간 정부는 하드웨어 개편을 여러 차례 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이제는 정부의 소프트웨어 개혁에 박차를 가할 때이다. 인사조직, 재정, 부패척결, 전자정부, 권력기관 개혁(민주화), 규제개혁, 사회 분야의 주요과제를 국가 차원에서 집중 개혁해야 한다.
개혁은 단순한 행정행위가 아니라 고도의 정치행위이며, 엄청난 저항도 예상되므로 많은 변수를 고려하여 성공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개혁의 추진체계, 지원조직, 추진전략, 추진과정, 추진세력, 저항관리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국정지도자들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양한 이해집단들의 집요한 저항에 대한 면밀한 대응전략도 준비해야 한다.
정치일정을 고려해 초기에는 대통령프로젝트와 같이 사전에 잘 기획된 대형기획과제를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정권후반기에는 철저한 사후평가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10∼20개의 개혁과제를 엄선해 ‘선택과 집중’의 원칙 하에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정리〓윤종구·김승련기자 jkmas@donga.com
▽정책대안 어떻게 마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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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가 26일의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내놓는 차기 정부의 국정분야별 정책과제는 올 4월 이후 각계 전문가 24명이 6개월에 걸친 연구와 토론을 통해 마련한 결과물이다.
시민회의의 문제의식은 87년 6월 민주항쟁의 주역이었던 중산층 생활인들이 시민사회의 주역으로서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에서 출발했다. 건전한 중산층 시민들의 요구와 의지를 전문 지식인들이 수렴, 정책대안으로 만들어 정부에 제시하고 실현을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이다. 시민회의의 모태가 된 단체는 ‘비전@한국’이라는 전문 지식인 모임이다. 중도 성향을 표방하는 지식인들이 2001년 4월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만든 이 모임은 매월 정기적인 세미나를 가지면서 정책대안의 틀을 다듬었다.
시민회의와 비전@한국, 두 단체는 16대 대선의 역사적 중요성에 공감하고 우리나라의 21세기 비전과 차기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올 4월 결합, 공동 사업을 벌이게 됐다. 그 첫 성과물이 이번의 정책대안 제시 작업이다. 실무적인 일은 시민회의가 주관키로 했다.
시민회의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각 당 대통령후보의 정책공약을 면밀히 검증하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시민회의는 통일 외교 국방 행정개혁 사법개혁 재정 교육 여성 등 28개 국정분야별로 정책대안을 마련, 지난달에 ‘바른한국의 비전과 과제’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다.
또한 정책대안집을 대선 직전 각 당 대통령후보와 정부부처, 국회 등에 전달해 새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되도록 노력했다.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토론자 말말말▽
▽김태룡(金泰龍) 상지대 교수〓새로 출범할 노무현 정부는 정부조직을 개혁하는데 있어서 여소야대 및 공무원노조 탄생이라는 제약요건을 갖고 있다. 국정 제1과제인 부패척결을 추진하면서 수사권을 독점하는 검찰 이외에 부패방지위원회와 경찰에 실질적인 조사권 및 수사권을 부여할 것을 제안한다. 공무원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공무원 조직에 성과급제를 도입하려면 공무원 업무능력 평가 모델의 개발이 필요하다.
▽유민봉(庾敏鳳) 성균관대 교수〓새정부에선 장관에게 2,3년 가량의 긴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1년짜리 장관은 전임 장관이 만든 예산을 쓰면서, 다음 장관이 쓸 예산을 만들다가 나가는 셈”이라는 전직 장관의 지적은 적절하다. 장수(長壽) 장관은 경쟁력 있는 국장 과장을 키운다. 전문성 없는 중간 관료는 상관 지시만 충성스럽게 따르기 마련이다. 관료는 순환보직 원칙을 버리고 3개 이내의 부서에서 경쟁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남궁근(南宮槿) 서울산업대 교수〓누적된 정부조직개편 요구를 집권 첫 6개월에 처리해야 한다.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 어젠다’를 관리하고, 국정수행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청와대의 하부조직을 부처에서 충원하던 관행을 고치고 외부비율을 높여야 한다. 부처 파견관행은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갈등조정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5년 임기 가운데 장관에게 2년6개월씩 임기를 보장해서 개혁추진과 마무리를 맡겨야 한다.
▽박일환(朴逸煥) 민주당 수석 전문위원〓대통령 선거공약을 총괄했는데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자고 하면서도 대통령 직속으로 이런저런 기구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많았다. 현 정부 출범 때 정부조직 개편 이후 ‘성과 없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조직개편이나 공무원 성과급제가 성과를 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여당도 분권화 자율화 투명화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정부개혁을 꾸준히 추진하겠다.
▽전진우(全津雨) 동아일보 논설위원〓행정조직 개편이나 공무원 개혁도 5년 단임제라는 현 권력구조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권력의 속성상 정부출범 이후 6개월 준비작업을 마친 뒤엔 정부조직 개편보다는 코앞에 닥친 17대 총선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90년대 이후 7차례 조직개편 움직임이 있었지만 정치문제와 맞물리면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앙부처 현직 국장도 ‘인력이 정권의 향배에 따라 휘둘리지 않는다면’ 공무원 수를 절반으로 줄여도 좋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제2차 심포지엄(대북정책과 외교)은 1월 8일 오후 2시부터 4시반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콘퍼런스홀에서 열립니다. 02-741-7660∼2(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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