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국 연방제가 엉뚱하게도 이명박 대통령의 국무총리 인사에 차질을 빚게 했다. 이 총재는 어제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하고 강소국 연방제 추진에 동의할 것을 요구했으나 청와대가 거부했다”며 심대평 전 대표의 총리 입각을 놓고 벌어졌던 교섭 과정을 공개했다. 이 대통령도 “이 총재가 강소국 연방제를 약속해 달라는 요청을 두 번이나 했지만 약속해 줄 수 없었다”고 심 전 대표 기용이 무산된 경위를 설명했다. 양쪽의 설명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강소국 연방제에 대한 이 총재의 집착은 확인할 수 있다.
▷이 총재는 싱가포르 같은 강소국 5∼7개로 구성된 연방국가 형태로 국가체제를 바꾸자고 주장한다. 중앙정부는 외교 국방을 중심으로 국가통합과 조정 업무를 맡고, 지방정부는 입법 사법 행정 재정 교육 경찰 등의 자치권을 갖게 하자는 것이다. 최소한 50년 이상을 내다보고 국가 구조의 틀과 제도를 혁신해 세계 제1의 국가경쟁력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이 총재는 인구 500만∼1000만 명 규모로 나라를 쪼개 투명하고 효율적인 체제를 갖추면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본다.
▷독일 스위스 등 연방제를 택하고 있는 유럽 국가는 봉건제의 유산 덕분에 경제력을 포함한 지방의 자생력이 강하다. 우리나라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50%를 겨우 넘어 홀로서기가 어렵다. 남한의 크기는 대표적 연방국가인 미국(963만 km²)의 100분의 1 수준이다. 반나절 생활권도 안 되는 작은 나라를 쪼개면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아도 지역갈등이 심한데 연방제로 장벽이 높아지면 다른 연방을 딴 나라처럼 대하는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을까. 연방 간의 이익 충돌과 정략적 합종연횡으로 갈등이 더 극심해지지는 않을까.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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