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영균]보행자 사망률 OECD 1위

  • 입력 2009년 9월 8일 02시 56분


우리나라에 자동차가 들어온 지 100년이 넘었고, 첫 고유모델 포니 승용차를 생산한 지도 34년이 됐다. 현대·기아차는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발돋움해 연간 300만 대 이상 생산한다. 이처럼 한국은 자동차 강국을 넘보지만 교통질서는 선진국 중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한 해 21만582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5870명이 숨졌다. 2007년 차량 1만 대당 사망자수는 3.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많고 OECD 평균인 1.5명의 두 배를 넘는다.

▷교통사고 중에서도 길을 걷다가 사망하는 보행자 사망비율이 유난히 높다. 2007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6166명 가운데 보행 사망자는 37.4%인 2304명으로 자동차 승차 사망자 2126명, 이륜차 승차 사망자 794명, 자전거 승차 사망자 302명보다 많다. 인구 10만 명당으로 환산한 보행 사망자는 4.61명으로 일본의 2.4배, 영국의 4배나 된다. 사망자의 4분의 3은 주택가 등 폭 13m 미만의 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 주택가나 학교 주변의 어린이들은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보행자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도로 시설을 고치는 곳이 많다. 서울시는 육교를 없애고 보도 폭을 넓히고 있다. 시내 중심가에는 차도보다 보도가 더 넓은 곳도 있다. 부산시도 2005년부터 작년까지 4년 동안 21곳의 육교를 철거하고 횡단보도를 복원했다. 교통 전문가들은 보행자 사고를 줄이려면 주택가 이면(裏面)도로에서 차도와 보도를 구분하고 차보다 사람 우선인 보행우선도로를 만들라고 주문한다.

▷주택가 이면도로나 교차로 주변에 불법 주차한 차량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보행자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갑자기 길을 건너는 보행자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도 많다. 운전자나 보행자나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교통신호를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교통신호 같은 기초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아무리 안전시설을 늘려도 소용이 없다. 서민이라고 해서 기초질서 위반자의 벌금을 깎아주거나 사면을 자주하다 보면 후진적 교통사고가 줄어들기 어렵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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