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제1차 세계대전 중 대부분의 주에서 성조기 보호법을 마련했다. 1968년에는 성조기 모독을 처벌하는 연방법이 제정돼 베트남전쟁 반대 데모 때 성조기를 불태운 사람이 첫 처벌 대상이 됐다. 하지만 1989년 연방대법원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항의 표시로 성조기를 불태운 사람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대상이라고 판결했다. 연방의원들이 새로운 ‘성조기 보호법’을 통과시켰지만 다시 위헌 판결을 받았다. 미국 연방법원은 성조기를 아끼는 국민 정서와 성조기를 통해 자유의사를 표현하는 시민의 권리를 모두 존중한다.
▷광고 전단지에 태극 문양을 그려 넣거나, 가게에 영리 목적으로 대형 태극기를 내거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국무총리 훈령이 시행에 들어갔다. 출판하는 책에 태극기를 그려 넣어 마치 국가 인증을 받은 것처럼 홍보하거나 광고 전단지에 태극 문양을 이용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이다.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한 번 쓰고 버리는 휴지나 컵 등에 태극 문양을 활용하거나 바닥에 깔고 앉는 방석에 태극기를 그려 넣어서도 안 된다.
▷우리의 태극기는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와 시민의 손에서 화려하게 재탄생했다. 태극기를 잘라 만든 민소매 티셔츠, 태극기를 접어 만든 치마와 태극기 망토도 등장했다. 신성한 태극기가 생활과 예술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우리의 태극기는 망국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던 대한제국 말기에 태어나 독립운동의 정기와 6·25전쟁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애국혼이 담겨 있다. 굳이 총리 훈령이 아니더라도 태극기에 담긴 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훼손할 수는 없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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