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보딩(waterboarding·눕힌 용의자의 입에 재갈을 물린 뒤 물을 들이붓는 고문)은 고문이 아닙니다. 계속 할 수 있는 겁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진지함입니다.”
한 여성 변호사가 최근 ABC방송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의 테러용의자 신문 방식을 적극 지지하자 보수파들의 블로그는 환호로 뒤덮였다. 그의 이름은 리즈 체니(43·사진). ‘테러와의 전쟁’을 주도하며 워터보딩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딕 체니 전 부통령의 큰딸이다. 다섯 남매의 어머니이기도 한 체니 변호사가 미 보수층의 새로운 희망이자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 전했다.
최근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열린 공화당 여성 지도자 모임(스마트 걸스 서밋)에서 “우리의 친애하는 부통령의 딸”로 소개된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거친 비난을 퍼부었다.
“친애하는 대통령님, 시한폭탄 초침이 째깍거리고 미국인들의 생명은 위태로운데 당신은 테러 공격 정보를 얻기 위해 테러리스트의 신문을 강화하는 일을 정말 원치 않는 겁니까.”
또 “위대한 미국인인 내 아버지 ‘딕 체니’로부터의 교훈”이라며 “싸우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오바마 대통령을 몰아붙였다. 연설이 끝나자 기립박수가 쏟아졌고 그의 주위엔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모임을 마련한 레베카 웨일스 씨는 “리즈 체니는 우리 보수층(레드 스테이트)의 록 스타”라고 말했다.
그의 인기는 아버지의 유명세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동유럽 문제를 담당하는 국무부 부차관보를 지냈고, 대형 로펌 ‘화이트 앤드 케이스’에서 국제법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동생 메리 체니 씨는 “언니가 아버지에게 세뇌당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옳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보수층을 위한 국가 안보 관련 사이트(KeepAmericaSafe.com)를 열 예정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이 미국의 안보에 대한 ‘체니 가(家)의 메시지’를 반겨야 할지, 무시해야 할지는 고민거리라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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