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본격적으로 도입된 산별교섭은 숱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지부장은 금속노조가 개별 완성차 업체와 벌이는 교섭이 법이나 규약에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금속노조와 사용자 대표 간의 중앙교섭은 개별 기업의 경영사정을 반영하지 못해 노조들은 지역지부 교섭과 지회(개별기업) 교섭을 줄줄이 벌여야 한다. 올해 중앙교섭은 6개월이나 걸렸다. ‘3중 교섭에 1년이 다 간다’는 자탄이 나올 정도다. 이런 산별교섭은 노사 갈등과 피로감만 키울 뿐이고 사업장별 현안을 다루기가 힘들다.
한국 노조가 산별노조 모델을 수입해 온 유럽에서는 산별교섭이 시들해졌다. 독일 대기업 노사는 오래전부터 개별교섭을 하고 있으며, 경영난을 겪는 기업의 노사는 산별협약을 지키지 않기로 합의하기도 한다. 핀란드는 2007년 전 산업에 적용되는 중앙교섭을 폐지한 데 이어 기업별 교섭으로 전환하는 사업장이 급증했다. 일본은 전체 조합원의 86%가 기업별 교섭을 하는 노조 소속이다. 국내에서도 금융노조의 산별교섭 관행이 10년 만에 깨져 일부 개별협상이 타결됐다. 5년간 공동교섭을 해온 보건의료 노사도 임금협상 결렬 후 개별협상을 했다.
이경훈 지부장이 “금속노조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고 말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조원의 후생복지와는 무관한 정치파업을 1년에 몇 차례씩 지시한 금속노조 지도부에 대한 현장의 반감이 아주 높다. 무산되기는 했지만 기아차 노조원들은 금속노조에 연 31억 원의 조합비 납부 거부운동을 벌였고, 현대차 노조원들도 연 43억 원의 조합비가 아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부장은 당선 직후 “지부가 직접 임단협 협상을 하고 금속노조가 인정하지 않으면 현대차 조합원 전체 의견을 묻겠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탈퇴는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금속노조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무분별한 강성 투쟁에 염증을 느끼는 노조원들의 정서를 감안하면 탈퇴의 결단이 빨라질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수한 자동차 메이커로 평가받는 현대차의 노조원들이 자신의 운명과 한국 차 산업의 미래를 정치투쟁에 골몰해 온 금속노조의 손에 맡겨 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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