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도 가난한 사람들’이란 뜻의 워킹 푸어(Working Poor).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과는 어찌 보면 모순되는 말이다.
저자는 198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뉴욕타임스 출신 언론인이다. 저자는 책에서 빈곤층과 빈곤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을 다룬다. 그는 5년 이상 미국 전역을 돌며 참여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왜 빈곤한지를 밝힌다. 저자는 빈곤층의 소득, 육아, 교육 그리고 심리적인 문제 등 다양한 각도에서 빈곤을 다루고 복지제도 맹점 등 사회구조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온두라스 출신 에본 존슨은 국세청으로부터 세금, 벌금, 이자로 2072달러를 부과 받았다. 소득신고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그의 통장에 남아 있는 1072달러를 모두 인출해갔다. 그가 일하는 청소회사는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고, W-2(근로소득세 환급을 받기 위한 서류) 신청용지를 보내 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빠듯한 살림에도 매년 100달러를 들여 신고대행업자를 찾는다. 그는 소득이 턱없이 적어 소득보다 많은 환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복잡한 복지제도 때문에 고통만 더 받았다.
저자는 빈곤층의 높은 이직률의 이유를 오하이오 주 플라스틱 화분 공장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회사는 연간 이직률이 100%가 넘자 퇴직자들을 면접한다.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의 이유는 저임금, 따분한 일, 그리고 열악한 작업환경이 아니었다. 퇴직자들은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칸달라리아는 의류공장에서 청바지 지퍼 하나를 달 때마다 0.75센트를 받고 일한다. 그는 손이 매우 빨라 하루에 6400여 개의 지퍼를 달 수 있다. 그가 하루 8시간 일한다면 시급 6달러씩 모두 48달러를 받을 수 있다. 저자는 “미국의 풍요로운 생활은 이민자들의 저임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보여주는 워킹 푸어의 다양한 사례는 미국의 엄연한 현실이다. 저자는 “그들이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매일 악전고투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제 미국 사회가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됐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빈곤층 아이들의 꿈조차도 현실에서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꼬집는다. 워싱턴의 흑인거주지역에 사는 초등생 샤미카는 변호사를 꿈꾼다. 하지만 이 학교 교사들은 아이들의 꿈에 대해 냉소적이다. 결석이나 일삼고 숙제도 안하는 태도와 부모들의 열악한 사정 때문에 꿈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교육에 쓰이는 자금은 지방세로 충당되는데 가난한 지역 학교는 충분한 공적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며 “더구나 교사는 박봉에 사회적 지위도 낮아 학생들을 헌신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는 빈곤 문제가 진보, 보수 같은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정부, 기업을 통한 사회적 의무와 노동, 가족을 통한 개인적 의무를 하나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구체적인 빈곤의 해결책으로 지역별 생활비에 기초한 최저임금의 도입, 기업의 지원을 받는 직업교육의 실시, 아동보호기금의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