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MLB)에서는 감독을 필드 매니저(field manager)라고 한다. 구단에서 만들어준 선수단을 이끌고 전력과 성적을 극대화시키는 임무가 주어진다. 반면 단장(general manager)의 역할은 광범위하고 많은 권한과 더불어 책임이 주어진다.
팬들은 감독이 단장보다 스타성이 크다고 느끼지만 야구단 전체 운영은 단장 권한이 절대적이다. 한마디로 MLB의 단장은 구단주, 사장과의 교감 속에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총괄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는다. 구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6∼7개의 마이너리그팀에 대한 총괄 업무와 트레이드 등은 시즌 중에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실행되기에 하루 일과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을 직접 목격한 바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신기한 것은 아주 젊은 단장들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이제 좀 나이가 들었지만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양키스의 젊은 단장들은 화젯거리였고, 최근에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30대 초반 알렉스 앤스포로스의 취임이 있었다. 파격적인 연령대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다.
미국이 단장 중심인데 반해 우리나라와 일본은 많은 차이가 있다. 일본은 감독의 권한이 매우 크고 일거수일투족이 취재대상이자 화제의 중심이 된다. 국내는 일본만큼은 아니더라도 미국에 비해 감독들의 비중은 큰 편이다.
구단 규모와 시장 크기의 차이가 있고 사회 시스템 자체가 다른 점도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은 전문성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국내 단장들은 그룹 임원이나 간부 출신이 대부분이다. 자연히 야구라는 아주 별다른 세계에 적응하고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생소한 분야에 대한 적응기간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소유한 사람이라도 일정기간이 지나야만 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뒤따른다. 현장의 야구인들은 프런트에게 “야구도 모르면서”란 단서를 붙이기 쉽고, 프런트와 단장들은 “구단, 그룹, 팬들의 사정도 모르면서”란 어려움을 감독들에게 말해주고 싶을 때가 많을 것이다.
실제 한국프로야구의 초창기에는 감독과 구단 프런트의 갈등이 극과 극을 치달으며 파열음을 일으킨 적이 종종 있었다. 요즘은 원만한 관계로 많이 발전했다.
그러나 아직도 감독과 단장, 사장 사이에 견해차가 종종 빚어진다. 이는 짧은 역사와 대그룹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내프로야구의 특성 탓일 것이다. 8일 스피드업에 관한 야구 세미나가 열렸다. 사장, 단장, 코치, 구단 직원들이 많이 참석한 반면 8개 구단 감독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실제 스피드업을 주도해야 할 당사자들의 불참으로 아쉬움이 남는 세미나였다.
스피드업 문제 세미나를 미국식 단장 몫이라고 본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감독들의 불참은 역할 구분의 혼돈상을 보여준 한 예가 아닌가 싶다. 감독과 단장의 역할·임무·권한·책임 문제는 우리에겐 아직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