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올린 농군패션 이목 끌기도 일단 일본 진출에는 성공했는데 지바롯데에서 김태균(28)의 실질적 위치는? 정답은 ‘아직 실력은 증명되지 않았지만 구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외국인선수’다. 일본의 최남단 오키나와에서도 비행기로 1시간은 더 들어가야 하는 이시가키섬. 인적이 드물고 한적한 이곳에 차려진 지바롯데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김태균이 팀에서도 내로라하는 타격 3인방과 4인1조로 분류돼 눈길을 끌었다.
김태균과 한 조를 이룬 3인방은 이구치 다다히토, 니시오카 쓰요시, 오무라 사부로. 이들은 프로필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국내외로 명성이 자자한 선수들이다. 특히 이구치는 1997년 다이에 호크스(소프트뱅크 전신)에 입단해 2005년 메이저리그(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진출했고 필라델피아와 샌디에이고를 거쳐 지난해 지바롯데로 돌아온 베테랑 타자다. 일본 내에서도 국가대표 2루수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주장인 니시오카도 2003년 지바롯데에 입단해 줄곧 한 팀에서 활동해온 프랜차이즈 스타. 2008베이징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 유격수로 출전해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이승엽(요미우리)의 지바롯데 시절 절친했던 선수로 잘 알려진 사부로 역시 지난해 팀 내 최다홈런(22개)을 기록해 팀의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쟁쟁한 선수들과 김태균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사실은 비록 용병이지만 그만큼 구단의 기대가 크다는 의미. 1일 첫 훈련 때부터 네 선수는 스트레칭, 러닝, 수비 등 기초훈련을 모두 마친 뒤 2시간 내내 동선을 함께 하며 연습에 박차를 가했다. 김태균은 이구치와 2인1조로 좌·우투수를 번갈아가며 프리배팅을 했고, 이후 피칭머신을 상대로 타격훈련을 할 때나 번트연습 등을 할 때도 이들과 구슬땀을 흘렸다.
김태균은 또 한국에서 이른바 ‘농군패션’으로 불리는 차림으로 전훈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출국 당시 검은색 선글라스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 차림으로 일본에서 ‘마피아 보스 같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했지만 유니폼 바지를 잘라 고무줄로 고정시키고 양말을 무릎까지 올린 스타일로 훈련에만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