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화 ‘전우치’를 봤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올라오는 크레딧을 보니까 배우 주진모가 나오는데, 영화에서 그의 얼굴은 보지 못했습니다. 상영하는 내내 졸았던 건가요?”
한 영화 관람객이 영화를 보고 나온 후 머리를 긁적이며 한 말이다. 하지만 이 관객은 절대 영화를 보며 존 것이 아니다.
‘전우치’에 출연하는 배우 주진모는 영화 속에서 무당으로 등장하는 베테랑 연기자로 영화 ‘쌍화점’의 주진모와 동명이인이다.
연예계에는 이름이 똑같아서 생긴 에피소드가 무척 많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은 캐스팅 과정에서 ‘김지영’이라는 이름이 오르면 꼭 다시 한 번 확인 작업을 거친다. ‘전원일기’의 ‘복길이’로 친숙한 김지영과 걸쭉한 팔도 사투리의 달인인 중견 배우 김지영을 혼동해 생기는 캐스팅 사고를 막기 위함이다.
심지어 한채영과 김빈우 역시 본명은 김지영이다. 그래서 캐스팅 관계자들끼리는 “한채영과 김빈우가 그나마 이름을 바꿔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이다.
그런가 하면 케이블채널 tvN의 시즌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6’에 출연 중인 임서연은 선배 연기자 도지원 때문에 아예 예명을 바꾸기도 했다. 그녀의 원래 예명은 도지원. 신인 시절 선배와 이름이 같다 보니 여러 웃지못할 해프닝을 자주 겪었다. 특히 그녀가 신인 시절 선배 도지원의 출연료 3000만원이 제작진의 행정 착오로 그녀의 통장에 잘못 입금됐던 것은 유명한 에피소드이다.
임서연은 그 후에도 도지원이란 예명을 계속 사용했으나, 얼마 전 KBS 2TV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 출연하면서 지금의 예명으로 바꾸었다. 극중 안내상의 상대역인 엄청난 역으로 선배 도지원이 출연하고 있어, 자칫 드라마 크레딧에 두 명의 도지원이 등장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과감하게 새 이름으로 변경했다.
또한 아역 출신 연기자 김민정은 중견 탤런트 김민정의 투병 소식이 알려지자, 지인들로부터 “힘을 내라”는 위로 전화를 받아 당황하기도 했다.
심지어 ‘대장금’으로 아시아 팬들이 많은 양미경은 지난해 12월 동명이인이 죽은 것이 자신이 사망한 것으로 기사가 나는 오보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밖에 모델 출신 연기자 김민희와 ‘똑순이’ 김민희 역시 이름이 같아 캐스팅 관계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때가 많다.
이렇듯 동명이인이기에 겪을 수 있는 해프닝을 미리 방지하고자 아예 활동 초반부터 예명으로 활동하는 연예인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한가인과 2일 입대한 주지훈은 각각 본명이 김현주와 주영훈으로 모두 선배와 이름이 같아 예명으로 활동했다.
슈퍼주니어의 멤버 은혁은 이혁재, 이특은 박정수라는 본명이 있지만 역시 방송인과 연기자로 활동 중인 선배들이 있어 이름을 바꾼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