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세계의 벽은 높고도 험했다. 각고의 노력으로 도전한 올림픽 무대, 비록 하위권에 머무는 좌절을 맛봤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그들의 땀은 박수를 받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크로스 컨트리 남녀 국가대표 이준길(25)과 이채원(29·이상 하이원)은 16일(한국시간) 휘슬러올림픽파크에서 열린 남자 15km프리스타일과 여자 10km프리스타일에서 나란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 여자 크로스컨트리 간판으로 불리는 이채원은 27분56초0을 마크해 78명 중 54위에 올랐다. 2002년 솔트레이크와 2006년 토리노대회에 참가했고 2002년 15km집단출발에서 59명중 46위에 오르기도 했던 이채원은 14년 동안 전국체전에서 41개의 금메달을 차지해 국내 여자 크로스컨트리에선 독보적인 존재로 불린다. 하지만 세계의 벽을 넘기엔 이번에도 역부족이었다.
한때 스키에 염증을 느껴 육군에 입대하기도 했던 이준길은 ‘인간 한계에 재도전하고 싶다’며 다시 설원을 달렸고 첫 올림픽 무대에 섰다. 하지만 39분51초6으로 전체 95명 중 79위에 머물렀다. 국가쿼터가 아닌 개인 랭킹포인트로 올림픽 출전의 영광을 안았지만 1위와는 6분 이상 차이가 났다.
크로스 컨트리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에서 두 사람의 의미있는 도전은 금메달 못지 않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