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도 “기록깬 후배…축하한다” 한화 류현진(사진)이 11일 청주 LG전에서 17탈삼진의 새 역사를 썼다. 9이닝 경기 역대 최다탈삼진 신기록. 롯데 최동원(1983년 6월 7일 구덕 삼성전)과 해태 선동열(1992년 4월 11일 잠실 OB전)이 작성한 16탈삼진을 넘었기에 모두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화에게는 ‘5·11 혁명’으로 불릴 만하지만 LG에게는 그야말로 ‘5·11 참사’로 기억될 순간이었다. 하루가 지난 12일에도 류현진의 17탈삼진은 야구계의 화제였다. ○기록지에 도배된 KKK…심판 “팔이 아플 지경”
한화 이봉우 기록원은 “기록지에 이렇게 많이 K를 그려보기는 태어나서 처음이다”며 ‘K’로 기록지를 도배하다시피 한 상황을 떠올렸다. 주심을 맡은 우효동 심판은 “칠 테면 치라는 식으로 던지는데 공에 살기가 느껴지더라. 멋진 공을 봤다. 주심을 봤다는 것도 행운이다”며 “삼진 동작을 취하느라 팔이 아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대화 “하마터면 바꿀 뻔”
한화 한대화 감독은 “7회까지 투구수가 100개였는데, 8회에 투구수가 많았다면 본인에게 ‘교체해줄까’라고 물었을지 모른다. 경기에 신경 쓰느라 삼진 신기록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하마터면 바꿀 뻔했다”며 웃었다. 류현진은 “7회가 끝나고 덕아웃에서 코치들끼리 속삭이는 걸 우연히 엿들었다. 그때 삼진 13개라 내 기록(14개)을 넘어설 수 있겠구나 정도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LG 새벽 2시까지 야간 특별훈련
LG 박종훈 감독은 12일 청주구장에 나와 “역시 좋은 투수네요”라며 류현진을 칭찬했다. 그러나 “프로에서 특정선수나 특정팀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은 반성해야한다. 기술적인 문제인지, 정신적인 문제인지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한다”며 유독 류현진에게 약한 상황을 아프게 받아들였다. 알고 보니 LG는 전날 경기 후 숙소에 돌아가 지하 주차장에서 타자들은 배트를 휘두르고, 투수들까지 섀도피칭을 하며 새벽 2시까지 야간 특별훈련을 했다고 한다. ○류현진 부친 “기념구 구단에 양보”
류현진의 아버지 류재천 씨는 전날 경기 후 어머니와 함께 구단 직원을 만나 기쁨을 나눈 뒤 기념구의 소유권을 놓고 기분 좋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류 씨는 “집에 현진이가 기록한 첫 완봉승, 베이징올림픽 캐나다전 완봉승 등 기념공들이 몇 개 있다. 평생 가보가 될 만한 17탈삼진 기념공도 갖고 싶지만 구단에 양보하기로 했다”면서 “구단 역사 박물관에 보관한다고 하니 많은 팬들이 함께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선동열 “후배가 기록 깨준 건 반가운 일”
류현진으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게 된 삼성 선동열 감독은 12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경기를 직접 보지는 못했고 신문으로만 소식을 접했다”면서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좋은 후배가 나타나 신기록을 세웠으니 당연히 좋은 일 아닌가. 류현진의 신기록을 축하한다”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선 감독은 그러나 연장전까지 포함할 경우 역대 한 경기 최다탈삼진 기록(1991년 6월 19일 광주 빙그레전에서 연장 13회 18탈삼진)을 보유 중이다.
청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