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삼성 소속으로 아시아 신기록인 시즌 56홈런을 터뜨린 이승엽(34)은 곧바로 지바롯데와 2년간 총액 5억엔(계약금 1억엔·연봉 2억엔)에 계약했다. 1998년 주니치에 입단한 이종범에 이어 한국프로야구 출신 타자로는 2번째였다.
그러나 일본 진출 첫해 이승엽의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쳤다. 낯선 야구 환경뿐 아니라 당시 보비 밸런타인 지바롯데 감독이 구사한 플래툰 시스템의 굴레에 갇혀 100경기에서 타율 0.240, 14홈런, 50타점에 그쳤다. 다행히 이듬해 타율 0.260, 30홈런, 82타점의 준수한 성적과 더불어 팀의 퍼시픽리그 우승은 물론 일본시리즈 제패에도 앞장서 성공의 발판을 닦았다.
밸런타인 감독의 기용법이 마뜩치 않았던 이승엽은 동결된 연봉으로 재계약하자는 지바롯데의 제안을 뿌리치고 계약금 5000만엔, 연봉 1억6000만에 요미우리와 1년간 단기계약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2006시즌 개막전 4번타자로 출발해 143경기에서 타율 0.323, 41홈런, 108타점의 블록버스터 시즌을 보냈다. 부자구단 요미우리는 이승엽에게 즉각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총액 30억엔(추정·플러스 옵션 포함)의 돈다발을 안겼다.
아쉽게도 이승엽은 4년 계약의 첫해에만 타율 0.274, 30홈런, 74타점으로 나름의 몫을 해냈을 뿐 2008년과 2009년에는 부상의 덫에 빠져 실망만 안겼다.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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