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0|스타가 말하는 2010 그때 그 순간] 亞 제패후 대성통곡…신태용 감독 “서러움 복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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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8일 07시 00분


전력공백에 고교 인조구장 전전하며 훈련 “수원과 8강 대혈전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

신태용 감독, 스포츠동아DB
신태용 감독, 스포츠동아DB
성남 일화 신태용(40) 감독은 우승과 참 인연이 많다. 프로생활 13년 동안 6차례 K리그 정상에 섰다. 컵 대회나 FA컵, 아시아클럽대항전까지 합치면 우승 트로피만 10개가 넘는다. 뿐만 아니다. 창단하는 팀마다 처녀우승을 시켰다. 대구공고 창단 첫 우승, 영남대학교 창단 첫 우승의 주역이었다. 성남도 그가 1992년 입단한 이듬해인 1993년 창단 후 처음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정말 우승 복이 터진 사나이다. 그래서일까. 한 번도 우승 후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

“예전에는 솔직히 우리 팀이 마음만 먹으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눈물이 맺힌 적은 몇 번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운적은 없다.”

그런 그가 마흔이 넘은 나이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고 펑펑 울었다. 선수가 아닌 감독이었다. 11월 1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0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조바한(이란)을 누른 뒤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TV 중계 화면에 잡혔다. 그냥 울음이 아니었다. 쌓인 한을 한 번에 터뜨리는 듯한 대성통곡이었다.

○서러움 복받쳐 올라 대성통곡

그는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주저 없이 아시아 챔스리그 우승을 꼽았다. 사실 “우승 하겠다”고 큰 소리는 쳤지만 내심 8강을 목표로 했다. 무리가 아니었다. 성남은 결코 우승 전력이 아니었다.

2009년 신 감독 부임 후 주축 선수들이 차례로 빠져나갔다. 특히 올 여름 계약이 끝난 브라질 외국인 선수 파브리시오를 잡지 못한 것과 장학영의 군 입대는 치명타였다. 그는 “장학영과 파브리시오가 나갔을 때는 정말 아무 의욕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성남은 승승장구했다. 특히 챔스리그 8강에서 수원 삼성을 꺾더니 4강 알 샤밥(사우디), 결승에서 조바한을 차례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신 감독은 “우승해도 안 울겠다고 몇 번 다짐했다. 그런데 (박규남) 사장님이 덥석 안으며 ‘신 감독 마음껏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말하는 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잔디 보수문제로 명색이 프로팀이 풍생고 인조구장을 전전하며 훈련했던 일이나 여름에 마음에 쏙 드는 외국인 선수가 있어 구단에 영입을 요청하니 돈 6000만원이 없어 거절당했던 일들이 갑자기 스쳐가며 서러움이 복받쳤다”고 말했다.

○수원과의 자존심 대결이 최대 고비

우승하기까지 최대 고비로는 수원과의 8강전을 들었다. 자존심이 걸린 승부였다. 성남과 수원은 9월 1일 정규리그를 시작으로 9월 15일 8강 1차전, 22일 8강 2차전 등 9월 한 달에만 3차례 맞대결을 벌였다. 9월 1일에는 0-0으로 비겼고 9월 15일에는 성남이 홈에서 예상 밖 4-1 완승을 거뒀다. 2차전에서 2골 차로만 져도 4강에 오르는 유리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 때부터 신 감독 입술이 바짝 바짝 탔다.

당시 신 감독은 수원 윤성효 감독과 누더기 잔디와 뻥 축구로 언론을 통해 한참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그였기에 더욱 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2차전은 생각과 다른 양상으로 흘렀다. 수원이 전반 30분 염기훈, 후반 13분 이상호의 골로 2-0 앞서 나갔다. 1골만 더 내주면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성남이 탈락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그러나 결국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고 성남은 가까스로 4강 티켓을 손에 쥐었다.

신 감독은 “그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우리 우승의 최대 난관 이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년 챔스리그 출전 못해 아쉬워

아시아 무대 평정이라는 큰 업적을 남겼지만 올해 아쉬운 순간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K리그 준플레이오프(PO)에서 전북 현대에 0-1로 패해 내년 시즌 챔스리그 티켓을 놓친 게 가장 뼈아프다. “디펜딩챔피언이 다음 대회에 못 나가다니. 내년에 또 한 번 멋지게 사고치고 싶었는데….”

그는 못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러나 선수들에게는 고마울 따름이다.

“전북과의 준PO를 벤치에서 보는 데 녀석들이 이기려고 사력을 다하는 게 보였다. 근데 안 됐다. 지쳐서 몸이 안 따라가 주더라. 정말 가슴이 아팠다. 경기 끝나고 선수들 모두에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들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나머지는 뒷받침해주지 못한 나와 구단의 책임이다.”

신 감독의 눈에 잠시 또 이슬이 맺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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