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계투로라도 기회를 얻어 보려고 하면, 꼭 쓸만한 좌완투수들이 팀에 합류했다. 타자로 전향할 수밖에 없었던 모험은 그의 절박함을 대변한다.
2008년 히어로즈가 팀의 새 주인이 됐을 때 모두들 “든든한 스폰서가 없어졌다”고 우려했지만, 장기영(29·넥센·사진)에게는 그것이 또다른 기회였다. 넥센 관계자는 “당시 현대 유니콘스는 장기영을 방출자 명단에 올렸었다.
하지만 히어로즈가 ‘일단은 기존 선수들을 모두 안고 팀을 꾸려가겠다’고 결정하면서 장기영이 팀에 남게 됐다. 만약 그 때 방출됐다면 다른 팀의 부름이 있었을지 미지수”라고 했다. ‘새옹지마’는 딱 그에게 어울리는 말.
2010시즌, 장기영은 타자전향 3년 만에 주전으로 도약하며 팀의 1번 타자를 자리를 꿰찼다. 타자로서는 사실상 신인시즌이었음에도 0.283의 타율에 123안타 41도루로 선전했다.
하지만 미국 플로리다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그는 “방심할 것이라는 걱정은 안 해도 좋다. 나는 올해도, 내년에도 신인이라는 자세”라고 했다. 베테랑 정수성(33)과 신인 고종욱(23) 등도 호심탐탐 중견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워낙 어려운 시기를 오래 겪었기에,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싶은 욕구도 큰 상황. 한 두 해 잘 하고 사라져간 선수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장기영은 “프로의 벽이 사실 얼마나 높나. 내 약점도 이미 많이 노출됐다. ‘3년은 잘 해야 진짜 이 바닥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했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선구안 등을 개선해 3할 타율에 도전할 계획. ‘트랜스포머’의 업그레이드는 이미 시작됐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