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 울산 이적 계기 맞수 부활 관중 몰리고 설기현 볼잡으면 야유 경기도 백중세…새 흥행카드 부상‘어게인, 포항-울산 라이벌전.’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가 23일 스틸야드에서 1만4394명의 관중이 모인 가운데 올 시즌 첫 맞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홈팀 포항의 2-0 승. 두 팀은 영남 지역을 대표하는 K리그 전통의 라이벌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1998년 플레이오프는 K리그 최고 경기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라이벌 의식이 많이 약해졌지만 설기현(32·울산·사진) 이적을 계기로 분위기가 다시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설기현 이적 촉매제
올 시즌을 앞두고 포항에서 울산으로 이적한 설기현이 본인 의사나 팀 사정과는 별개로 라이벌 전 촉매 역할을 했다. 23일 포항 팬들은 설기현이 볼만 잡으면 심한 야유를 쏟아냈다. 설기현을 자극하는 플래카드도 여럿 걸렸다.
K리그에서 특정 서포터가 특정 선수를 90분 내내 야유하는 건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포항 주장 김형일이 설기현과 몸싸움을 벌인 뒤 홈팬들을 향해 ‘더 크게 환호해 달라’며 두 팔을 번쩍 들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평소에는 깍듯한 후배지만 그라운드 안에서 양보는 없었다.
설기현도 베테랑답게 의연하게 대처했다. 전반 중반 야유하는 포항 팬들을 향해 오히려 박수를 쳤다. 마치 ‘미안하다. 그만 용서하고 잘 좀 봐 달라’고 말하는 듯 했다. 경기 도중 포항 벤치로 가 선수들 사이에서 물을 같이 마시는 여유도 보였다.
설기현은 전반 한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며 기대했던 골 사냥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풀타임 뛰며 팀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 경기력도 백중세
엇비슷한 경기력은 라이벌 전의 필수 요소다. 최근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이 옅어지는 데는 포항 쪽으로 다소 기운 듯한 경기력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올 시즌에도 23일 경기 전까지 포항은 4승2무였고 울산은 2승1무3패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백중세였다. 두 팀은 시종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포항 황선홍 감독이 울산 측면을 봉쇄하기 위해 평소보다 좌우로 좀 더 넓게 벌려 서자 이 틈을 타 울산이 미드필드에서 우위를 점했다. 울산은 K리그 최강 포항과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경기 점유율은 50대50으로 팽팽했고 슈팅 숫자는 11대6으로 울산이 더 많았다.
황 감독 역시 “울산이 상당히 연구를 많이 하고 나와 생각만큼 우리 패스 플레이가 안 돼 고전했다”고 털어놨다. 포항은 황 감독이 막판 승부수로 던진 교체 멤버 조찬호와 슈바가 연속 골을 터뜨려 홈팬들을 열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