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2호 좌우 연타석 홈런을 쳤던 날? 그렇지 않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8년 9월 7일 잠실 SK전. 서동욱은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쳤다. 그리고 경기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했다. 바로 이 인터뷰를 그는 결코 잊지 못한다. 인터뷰를 진행한 미녀 리포터가 여자친구 주민희(28) 씨였기 때문이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기 전, 둘은 마주 보며 “우리에게 이런 날이 오네”라고 소리 죽여 웃었다. 그리고 주 씨는 인터뷰 내내 남자친구보다 더 크게, 더 활짝 웃었다. “다시 또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요. 민희가 얼마나 보람찼을까 생각하니 제가 더 기뻤어요.”
주 씨는 여전히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둘의 사랑은 9년째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잘 해서 시즌 후에 결혼할 생각이었는데, 마음처럼 잘 안 되니 답답하네요.” 2003년 프로 입단 후 벌써 아홉 번째 시즌.
1군에 있는 시간보다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었지만, 주 씨는 무명의 야구선수 곁에서 묵묵한 그림자가 돼 줬다. 늘 밝게 웃는 주 씨의 미소를 보며 기운을 내곤 했다. “항상 미안하고 마음에 걸려요. 내색은 안 해도 저 때문에 힘들 때가 많겠죠. 저에게 가장 힘을 주는 사람이니까, 저도 자랑스러운 남자친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요.”
어쩌면 올해가 그 초석이 될 지도 모른다. 시즌 초부터 꾸준히 출장 기회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히 그는 요즘 야구가 재미있다. 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힘을 불어넣어 준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내야와 외야 전 포지션에 다 서 봤고, 상무 시절에는 포수도 봤죠. 지금은 그 덕분에 엔돌핀이 솟는 것 같아요. 힘드냐고요? 전혀요. 오히려 자부심이 크죠.”
낙천적인 그는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내후년이 더 기대된다”고 했다. 한국 나이로 스물여덟.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코 많지도 않다. “올해 저희는 무조건 포스트시즌에 나가요. 선수단 전체가 믿고 있어요. 그리고 내년에는 개인적으로도 꼭 뭔가 이룰 거예요.” 그리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 10년은 더 프로야구 선수로 살고 싶어요.” 10년 후면 서른여덟. 베테랑 타자로 이름을 날리는 서동욱의 곁에, 여전히 주 씨가 활짝 웃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