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퍼’가 완벽하게 부활했다. 한화 베테랑 장성호(34)가 그토록 기다리던 한 방을 쳤다. 팀의 상처를 씻어 내고 10승째를 일구는 천금같은 홈런포였다.
한화는 11일 잠실 LG전에서 8회까지 0-1로 뒤졌다. LG 선발 레다메스 리즈는 8이닝을 2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중이었고, 9회에도 완봉을 노리고 야심차게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때부터 시작됐다. 선두 타자 강동우가 살아 나가면서 만든 1사 2루 기회. 타석에는 앞서 삼진 두 개에 외야 플라이 하나로 침묵했던 장성호가 섰다.
하지만 장성호는 볼카운트 1-2에서 리즈의 4구째 포크볼(134km)이 높게 가운데로 쏠리자 놓치지 않고 잡아당겼다. 외야 오른쪽으로 날아간 타구는 기어이 담장을 넘겼고, 스코어는 2-1로 단숨에 역전. 장성호의 올시즌 세 번째이자 통산 202호 홈런이었다. 전날 박경수에게 불의의 역전 결승 만루홈런을 얻어맞았던 한화로서는 하루 만에 그 아픔을 되갚은 셈이다.
장성호에게는 그간의 부담을 훌훌 털어 버릴 수 있는 대포였다. 장성호는 지난해 한대화 감독이 공개 트레이드를 추진하면서 공들여 영입한 선수였지만, 부상 여파로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도 마찬가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어깨 수술을 받았고,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지난달 24일에야 처음으로 1군에 합류했다.
그래도 그는 조급한 마음을 버렸다. “지금은 적응이 먼저다. 다만 하루 빨리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베테랑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했다. 그래도 장성호가 돌아온 효과는 분명히 나타났다. 노련한 배팅으로 득점 기회를 계속 만들어 냈고, 무엇보다 홀로 상대팀의 집중 견제를 받던 4번 타자 최진행이 보다 자유로워졌다. 최진행이 경기 전 “바로 앞에서 장성호 선배가 많이 살아 나가 주고 뒤에 정원석 선배가 있어서 내게도 기회가 많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장성호는 경기 후 “앞선 두 타석에서 포크볼에 삼진을 당했기 때문에 그 구질을 노리고 들어선 게 적중했던 것 같다”며 베테랑의 노련미를 뽐냈다. 또 “오늘 승리로 분위기가 전환됐으면 좋겠다. 팀 성적 부진으로 의기소침했던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 많은 경기가 남아 있으니 계속 좋은 플레이를 하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잠실 | 배영은 기자(트위터 @goodgoer) yeb@donga.com 사진 | 김종원 기자(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