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사후세계란 없다… 인간이 만든 동화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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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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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박사, 창조론 또 부정

“천국은 없다. 그건 인간이 만들어낸 동화(fairy story)일 뿐이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69·사진)가 ‘신’의 우주 창조를 부정하는 자신의 신념을 다시 한번 피력했다.

호킹 박사는 15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뇌란 부품이 고장 나면 작동을 멈추는 컴퓨터와 같다”며 “망가진 컴퓨터를 위한 천국이나 사후세계란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암흑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동화”라고 주장했다.

또 호킹 박사는 2009년 병상에서의 소회를 전하며 사후세계의 부재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당시 심각한 상태의 흉부 질환으로 런던 아덴브룩스 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젊은 시절부터 신체적 고통을 겪어왔기 때문에 죽음은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며 “마지막 순간 뇌 활동이 멈춘 뒤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잘 안다”고 말했다.

세계적 물리학자인 호킹 박사는 지난해 9월 미국 물리학자 레너드 믈로디노프 씨와 함께 쓴 책 ‘위대한 설계(Grand Design)’에서 “현대물리학은 우주 창조에서 신을 위한 자리를 남겨두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우주는 중력 같은 물리학법칙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것이므로 창조자의 역할은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이 책에 대해 영미 종교계는 “기본도 갖추지 못한 논리적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전 세계에서 9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를 출간한 1988년까지만 해도 호킹 박사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다. ‘시간의 역사’에서 그는 “인류가 완벽한 이론을 발견한다면 그건 인간 이성의 궁극적 승리가 될 것”이라며 “그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 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이후 신의 존재에 대해 모호한 의견을 보이던 그는 ‘위대한 설계’ 출간을 준비하던 2009년부터 창조자의 존재를 부정하기 시작했다.

호킹 박사의 어조가 바뀐 까닭은 뭘까. 가디언은 “호킹 박사가 지지하는 M이론이 완벽한 이론이 될 거란 자신감의 발로”라고 분석했다. 그는 세상을 이루는 기본단위를 입자 대신 ‘끈’으로 보는 M이론을 통해 자연의 모든 현상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호킹 박사는 ‘인간의 존재 이유와 목적’에 대한 생각도 보여줬다. 그는 “인류와 우주는 무(無)에서 유(有)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삶의 가장 위대한 가치는 스스로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학은 수없는 관찰에서 발견되는 현상과 관계를 가장 수월하게 설명할 수 있어 아름답다”며 “특히 생물학에 나오는 DNA 이중나선 구조나 물리학의 기본방정식 등은 매혹적이다”고 덧붙였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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