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13년을 뛴 베테랑 풀백 포항 김정겸(35·사진)이 스포츠토토 베팅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 2일 퇴출됐다. 현역 선수의 승부조작이 아닌 베팅 행위가 발각된 건 공식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가 승부조작을 겨냥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베팅으로 옮겨 갈 수도 있다. 승부조작보다 더 많은 선수들이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어 후폭풍은 더 거셀 것으로 보인다.
● 곧바로 계약해지
김정겸은 이미 구속된 대전 미드필더 김바우(27)로부터 4월6일 리그 컵 대전-포항 전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을 듣고 자신의 돈 1000만원을 매형에게 건네 2000만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둘은 고교 선후배 사이로 포항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김정겸은 4월6일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승부조작에 개입한 흔적은 없다. 그러나 현역 선수가 스포츠토토에 직접 참여하는 건 엄연한 불법 행위다.
포항은 관련 소식을 들은 뒤 휴가 중인 김정겸을 급히 구단으로 불렀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2일 곧바로 계약을 해지했다. 포항은 김정겸 외에 다른 선수들도 베팅에 참여하지 않았을까 걱정하고 있다. 포항 황선홍 감독이 2일 오전 선수 전원과 직접 개별 면담을 했다. 허심탄회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연루자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정겸은 3일 창원지검에 출두한다. 포항 관계자는 “창원지검에서 김정겸 본인에게 3일 창원지검으로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연락 했다. 김정겸은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 더 많은 가담자 있나
승부조작과 베팅은 엄연히 다르다.
행위 자체만 놓고 보면 승부조작이 훨씬 더 중한 범죄다. 그러나 K리그에 미치는 악영향 은 베팅이 훨씬 더 심각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승부조작 가담자는 주로 2군 소속의 연봉이 낮은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베팅은 열악한 환경의 선수들 뿐 아니라 승부조작 가담자와 인맥으로 얽힌 주전급 선수들도 참여할 여지가 훨씬 많다. 승부조작과 달리 선수들이 크게 죄의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승부조작 파문이 터진 뒤 몇몇 유명 선수들이 연관돼 있다는 루머가 나왔는데, 이들 중 일부는 승부조작이 아닌 스포츠토토에 베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가면 양파껍질 까듯 계속 더 많은 가담자가 나올 수 있다. 한편, 김정겸과 함께 거론된 전북 현대 김 모 선수는 승부조작이나 베팅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김 모 선수가 작년에 서울에서 재활하며 얼마 전에 자살한 정종관과 함께 살았다. 이 과정에서 정종관이 월세가 밀리자 대신 내주고 용돈도 줬다고 하는데, 그래서 계좌추적 과정에서 의심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선수들의 베팅행위 왜 불법인가?
K리그 현역 선수가 스포츠토토에 베팅하는 건 현행법 상 금지돼 있다. 국민체육진흥법 제30조에 따르면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자와 수탁사업자 ▲체육진흥투표권 발행 사업에 대하여 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자 ▲체육진흥투표권 발행 대상 운동경기의 선수, 감독, 코치, 심판 및 경기단체의 임직원 ▲체육진흥투표권 발행 대상 운동경기를 주최하는 단체의 임직원 ▲그 밖에 체육진흥투표권 발행 사업에 종사하는 자 등은 체육진흥투표권을 구매, 알선하거나 양도받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