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 박봄…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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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6일 11시 44분


●'투애니원'을 보다 특별하게 만드는 신비로운 존재감
●한국에서 다시는 나오기 힘든 보컬과 캐릭터…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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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가요, 즉 케이팝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봤나요?"(윤등룡 DR뮤직 대표)

"반드시 노래의 특정 대목에 이르러서는 고음처리되는 부분이 있더군요. 미국 팝에는 없는 특징이라 흥미롭게 지켜봤습니다."(테디 라일리)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는 케이팝의 주류인 걸그룹들을 살펴본 다음 이와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성대의 능력을 자랑하듯 고음을 '터뜨리는' 대목은 한국 대중음악 작곡가들에게는 상식으로 통한다. 마치 판소리를 부르는 것처럼 시원하게 질러 주지 못하면 대중들로부터 "노래 잘한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작곡가들에게는 탄탄한 중저음을 바탕으로 곡 전체를 균형감 있게 끌어가는 것을 '실력'으로 평가한다.

한국 걸그룹의 역사를 조금만 살펴봐도 이 같은 케이팝의 특징은 금새 확인된다. SES의 '바다', 핑클의 '옥주현'이 대표적이고 소녀시대에도 '태연'이라는 걸출한 메인보컬이 그룹의 중심을 잡고 특히 고음영대를 맡아 노래의 절정 부분을 책임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섹시'와 '귀여움'으로 무장한 걸그룹들은 음악 외적인 내용으로 승부했기 때문에 메인보컬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아온 것이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같은 케이팝의 역사를 새로 쓰는 존재가 등장했다. 데뷔 3년차인 투애니원(2NE1)의 박 봄(27)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MBC 사진제공
MBC 사진제공

■ 역사를 새로 쓰는 2NE1의 메인보컬 '박 봄(Park Bom)'

"채린이 Crazy Lady
봄 언니 Sexy Lady
산다라 상큼 Lady
공민지는 아직 Baby

채린이 욕심쟁이
봄언니 엉뚱쟁이
산다라 오버쟁이
공민지는 말썽쟁이…" <2NE1의 랩 '힙합쟁이'>

투애니원을 설명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 있다. "전형적(typical)인 케이팝 걸그룹이 아니라"는 설명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이 전형적이지 않은 이유는 대략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나이대가 다르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씨엘(CL)과 공민지는 10대 후반인 91년과 1994년생이다. 그러나 산다라박과 박봄은 어느새 20대 후반인 1984년생이다. 한 여성그룹 내에서 이렇게 세대차이가 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다.

두 번째는 케이팝의 성공방정식을 따르지 않았다. YG의 양현석 대표가 '여자 빅뱅'으로 프로모션하며 2009년 선보인 투애니원은 한국 여성그룹이 가장 소화하기 힘든 힙합 컨셉을 들고 나와 태생부터 섹시함이나 귀여움과 무관하게 출발했다.

가장 미국적인 팝스타일을 들고 나온 이들은 신나는 힙합리듬의 빠른 노래뿐만 아니라 미디움 템포의 알앤비(R&B) 스타일까지 성공적으로 무대에서 소화해낼 정도였다. 그야말로 '가장 준비된 실력 있는 여성 그룹'이었던 셈이다.

세 번째는 파격적인 온라인 마케팅, 심지어 공중파의 지원 없이도 세계적 스타자리에 올랐다는 점이다. 이는 반대로 YG엔터테인먼트와 SBS와의 과도한 밀착 관계로 비난을 받기도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투애니원 만큼 빠르게, 그리고 파격적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전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도전은 그야말로 놀라운 반전으로 평가할만하다.

걸그룹 투애니원. 왼쪽부터 씨엘, 박봄, 공민지, 산다라박.  스포츠동아DB
걸그룹 투애니원. 왼쪽부터 씨엘, 박봄, 공민지, 산다라박. 스포츠동아DB

■ 한국보다 세계에서 더 유명한 '박봄'의 마력

5월말 소리소문없이 출시된 투애니원의 솔로곡 'Lonely'와 박봄의 솔로곡 'Don't Cry'는 그야말로 인터넷을 강타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케이팝 팬들의 소리소문 없는 공감대와 지지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국내 공중파 무대에서는 단 1번 방영됐을 뿐이지만 6월초 전체 차트 1위는 투애니원의 'Lonely'가 차지했다.

해외시장에 무관심한 국내 팬들이라면 조금 의아해 할 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투애니원과 박봄의 인기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유튜브'에 접속해 보는 편이 훨씬 경제적일 지 모른다.

지난 5월11일 등록된 Lonely의 조회수는 871만여 회. 댓글만 무려 4만7000여개에 달할 정도다. 박봄의 Don't Cry의 조회수는 이 절반인 380만여 회(댓글 1만9000여개) 정도다. 단 한달 만에 거둔 숫자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놀라운 성적이며 이 노래들은 곧 세계적 히트 기준인 1000만 클릭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인기와 공감대의 척도로 주목받는 것은 '커버'(Cover, 팬들이 원곡을 모방해 부르는 노래나 춤을 일컫는 용어) UCC의 생성 정도다. 투애니원과 박봄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커버 UCC를 창출시키는 원조 컨텐츠 가운데 하나다. 필리핀에서부터 프랑스 그리고 북유럽을 거쳐 다시 미국에 이르기까지 가히 전 세계적인 인기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은 한결같이 투애니원의 가능성과 매력을 고백한다. 투애니원의 가능성과 박봄의 마력에 대해서 말이다.

투애니원.  동아일보DB
투애니원. 동아일보DB

3년 전 투애니원이 첫 선을 보였을 당시 사람들의 시선은 특이한 머리모양새를 한 '산다라 박'에게 쏠린 것이 사실이다. 실제 산다라 박은 필리핀에서의 활동에 따른 한 다큐멘터리로 인해서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예비스타였다.

그리고 팬들은 CL과 공민지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공부한 10대 후반의 CL의 카리스마는 여성 팬들의 마음까지 쉽사리 사로잡을 정도였고, 청중의 시선을 담박에 빼앗아 버리는 공민지의 파워 넘치는 댄스는 어째서 이들이 10대 중반에 YG에 캐스팅 됐는지를 간단하게 증명해 냈다.

반면 박봄은 나이나 매력도에서 조금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다. YG측은 투애니원 데뷔당시 "박봄은 3년 동안 시도한 오디션을 번번이 떨어뜨렸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YG문을 두드려 어렵게 연습생이 된 케이스"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버클리 뮤직 칼리지(Berklee College of music)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으로 홀로 유학을 떠나 명문 레슬리대학에 입학했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을 바꾸는 모험을 감행해 가수의 꿈을 키워온 것이다. 유학파 출신의 그의 이력이 독특하기는 했지만 차고 넘치는 해외파 걸그룹의 홍수 속에서 그리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다.

2005년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그는 초기에 댄스 가수로 데뷔 과정을 밟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후 전격적으로 '투애니원'으로 2009년 데뷔 한다. 투애니원 이전에 빅뱅의 피처링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자신의 존재감을 표출해 왔지만 대중들에게 그의 대표작이란 투애니원의 1집 앨범과 'You&I'(2009)와 'Don't Cry'(2011)가 전부일 정도로 일천한 셈이다.

박봄은 한국에서 인기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세계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적이지 않은 보컬'이라는 점이 첫 번째 요인이다. 그간 한국 여성 그룹들의 보컬은 테디 라일리가 지적했듯이, 이른바 질러주는 고음역 대를 맡아왔을 뿐이지 전체적인 음악의 맥락과 따로 떨어져 있었다.


■ 허스키하면서도 섹시한 박봄의 음색…러블리&엉뚱

박봄의 보컬의 특징은 고음역대가 뚜렷하다든지 혹은 그 성량이 크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고음의 안정감과 두터움에 그녀의 장점이 존재한다. 살짝 허스키하기도 한 그녀의 음색은 한국보다는 미국 느낌에 가깝다는 평가다 나올 정도다.

이런 음색은 이제까지 한국에서는 데뷔하기 힘든 스타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파트너를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투애니원의 리더 CL과 공민지는 박봄과 상당히 조화를 이루는 음색을 갖고 있다는 점이 성공요인이 됐다.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형석 대표나 작곡가 테디, 그리고 때때로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지드래곤 역시 박봄을 장점을 잘 간파했다. '유앤아이'와 '돈크라이'는 박봄이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노래로 그녀를 세계적인 보컬리스트로 성공시킨 초석이 됐다.

두 번째는 선배가수인 'GD&TOP'의 히트곡 '오예(Oh Yeah)'에서 보여준 탁월한 백업 능력에 있다. 간간히 빅뱅의 곡작업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박봄은 그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감을 선보여 왔다. 오히려 '오예'의 주인공이 박봄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밝고 경쾌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패션과 캐릭터 상의 엉뚱한 매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거칠다'라는 느낌을 주는 투애니원에서 맡언니 박봄은 사실 가장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담당한다. 짧은 치마를 입은 모습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치마와 긴머리 그리고 짙은 아이새도우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 밖에도 2NE1-TV에서 선보인 박봄의 엉뚱한 매력은 보는 이들을 빙그레 웃음 짓게 만든다. 박봄의 존재감이야 말로 세계적인 여성그룹 '투애니원'을 완성시키는 화룡점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봄은 케이팝의 걸그룹의 홍수가 낳은 가장 이질적이면서도 독창적인, 그것도 가장 세계적인 아티스트라고 규정해야 할 지 모른다. 자신들이 부른 '힙합쟁이'란 노래와 같이 박봄은 '섹시하고 엉뚱한 존재감'으로 투애니원이란 그룹을 2년 만에 세계적으로 키워낸 것이다.

이들이 부르는 '힙합쟁이'라는 노래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 된다.

2ne1 힙합쟁이 / 미치광이 무대체질
완벽쟁이 연습쟁이 / 새침쟁이 센스쟁이
2ne1 힙합쟁이 / 미치광이 무대체질
완벽쟁이 연습쟁이 / 외쳐 같이 2ne1 Baby!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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