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선수들 “협박 때문에 어쩔 수가…”

승부조작 심리 열린 법정에선…

최성국 등 대부분 “협박 받았다”선처 호소
일부선수는 “대가성 돈인 줄 몰랐다” 주장도
재판부, 혐의부인 선수들 따로 모아 심리키로

K리그 16구단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 임직원이 참석한 프로축구 2011 K리그 워크숍이 31일 강원도 평창군 한화휘닉스파크에서 열렸다. 워크숍 중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원삼성 최성국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리그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된 재판이 창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김경환 부장판사)의 심리로 28일 오후 2시 창원지법 대법정에서 열렸다.

1차 수사 결과 대상으로 열렸던 재판 이후 2번째다. 하지만 재판이 단독부에서 합의부로 이관돼 1, 2차에 걸쳐 검찰이 기소한 인원 전체가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피고인으로 출석한 인원은 총 57명. 전현직 프로축구 선수 40명을 비롯해 전주, 브로커, 조직폭력배 등이 재판을 받았다. 이례적으로 많은 인원들이 한꺼번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는데다 여론의 관심이 쏟아지자 창원지법은 대법정 방청석을 40석에서 80석으로 확대하는 등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방청객의 대부분은 선수 가족과 에이전트들이 차지했다. 재판이 끝나자 일부 가족들은 구속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협박과 부탁 때문에

40여분간의 인정 심문(기소자 인적사항 확인)이 끝난 뒤 본격적인 심리가 시작됐다.

검사가 사건번호별로 기소 내용을 읽으면 재판부는 기소자와 변호인에게 기소 내용에 대해 인정하는지 여부를 물었다. 기소된 선수들 중 일부는 “네”, “인정합니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몇몇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협박과 부탁에 의해 어쩔 수 없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최성국(수원)은 “2번째 승부조작 때 4000만원을 받은 것은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4000만원은 승부조작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선수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받은 돈이었다. 검찰은 이 돈이 김동현(상무)을 통해 선수들에게 지급됐다고 공소장에 명시해 놓았다.

대구 소속 두 명의 선수는 협박에 못 이겨 승부조작에 빠져들었다고 호소했다. 둘은 “첫 번째 승부 조작으로 받은 대가금을 두 번째 경기에서 (승부조작에) 실패해 모두 돌려줬다. 세 번째 경기는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승부조작을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브로커 역할을 한 전 제주 소속 선수도 마찬가지 주장을 폈다. 그는 “승부조작을 공모했다고 하는데 (공모가 아니라) 부탁을 받았다. ‘조직폭력배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다. 도와달라’는 김동현의 이야기를 듣고 연결해줬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법률적으로는 그 또한 공모에 해당한다. 변호사와 협의 후 이의가 있으면 증거를 제출해라”고 명했다.

○대가인 줄 모르고 받았다(?)

일부 선수들은 승부조작으로 받은 대가에 대해 “승부조작에 대한 대가인지 몰랐다”고 밝혔다. 서울 소속의 한 선수는 혐의 자체를 부인하며 “돈은 받았지만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친구가 주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 전남 소속 선수는 아예 기소 내용 전부를 부인했다. 구속 기소된 그는 국선변호사를 선임했다. 그의 변호사는 “의뢰인이 혐의 전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재판부에 알렸다. 재판부는 증거제출 후 재심리를 결정했다.

부산 소속 3명의 선수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이날 재판에 참석했다. 이들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변호사를 통해서 다시 이야기하겠다”고 대답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혐의 사실을 부인하거나 공소사실 일부를 인정하지 않은 선수들을 따로 모아 심리하기로 했다. 공소사실을 인정한 기소자들은 다음달 19일 오전 10시, 공소사실을 부인하거나 검찰의 기소내용에 이의를 제기한 기소자들은 같은 날 오후 2시에 2차 재판을 받게 된다.

창원 ｜ 최용석 기자 (트위터@gtyong11)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