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스타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보는 게 타당
●그러나 스타의 사생활은 보호하는 대타협 필요
몇 달 전 자신의 스캔들이 세상에 알려지자 젊은 아나운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과거에도 최진실이 그랬고 여러 스타들이 자신의 사생활 노출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자살이란 극단의 선택을 했다.
스타들의 삶이 과도하게 대중에게 노출되며 발생한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살률 1위라는 인정하기 싫은 타이틀까지 갖고 있다.
최근에는 스타들의 탈세와 관련된 사건들이 이슈가 되면서 스타의 직업윤리와 공인으로서의 자세에 관한 비난과 걱정이 대두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한국사회의 특성을 볼 때, 연예인이라는 직업과 스타라는 위치가 그들의 사생활까지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며 발생하는 문제에 관하여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럼, 과연 스타는 공인인가?
■ 스타는 어째서 공인인가?
그 동안 인기연예인, 즉 스타가 공인이냐는 논란은 양분되어 왔다. 과연 연예인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공인(公人), 즉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옳을까?
한국의 법원에서는 스타 또는 유명 연예인을 공인 또는 공적 인물로 간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여러 판결문에서 다음과 같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 연예인으로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로 이른바 '공적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2001.12.19. 사건번호 2001가합8399.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영화배우 등으로 활동하는 연예인으로 일반 대중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는 이른바 '공인(公人)'이며…"(2005.7.6. 사건번호 2003가합82527.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스타는 공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인데, 여기서 공적(公的)의 의미는 '국가나 사회에 관계되는 또는 그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방송, 영화 등의 매스미디어의 주요콘텐츠로 출연하는 연예인은 공인으로 보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스타는 대중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되며, 방송 등 매스미디어의 대표적 수단인 전파는 국가의 재산으로 대부분 거의 무료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배포되기 때문이다. 특히 텔레비전의 경우 그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각 방송사별로 사전심의를 거치고 있고, 영화나 음악의 경우도 대상을 연령별로 구분하여 유통되고 있다.
따라서 매스미디어에 출연하는 연예인, 그 중에서 특히 인기가 높고 영향력이 있는 스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공인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 대중에게 뚜렷한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
스타는 대중이 누리지 못하는 특별한 권한을 행사한다. 따라서 당연히 이에 따르는 의무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스타도 대중과 마찬가지로 권리와 함께 의무가 있다. 스타가 병역의 의무, 납세의 의무 등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를 회피하면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들은 공인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애드가 모랭은 '스타는 일종의 종교와 같다.'고 까지 주장했다. 그만큼 대중이나 팬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스타의 이미지는 대중에게 팬덤을 형성하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유행과 트렌드로 형성되어 대중의 모방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나이가 어린 청소년들의 경우 미디어에 비춰진 스타의 모습을 절대적으로 모방하고, 가치관이 미처 형성되지 못한 어린이들은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스타는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인지하고 미디어 속에서 비춰지는 모습뿐 아니라 대중에게 알려질 수 있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즉 사생활에 있어서도 모범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대중은 미디어에 비춰진 스타를 통해 꿈을 꾸고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런데 스타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범법행위를 행한다면 "스타도 하는데 나 하나쯤은..."이란 안일한 생각과 함께 쉽게 모방을 하게 될 여지가 있다. 게다가 스타들의 특권으로 비춰지면 대중의 불만은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공인으로서 스타는 대중의 모범이 되고 대중에게 꿈과 미래를 제시해줄 의무가 있다.
■ 스타가 공인으로서 책임감을 못하는 경우
스캔들의 뜻은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다. 과거부터 스타의 음주운전, 폭력사건, 사기사건 등이 스캔들이란 이름으로 대중에게 가십거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서로 볼 때, 스타가 병역과 관련된 비리나 마약류에 관련된 스캔들에 휩싸이면 연예활동에서 퇴출되기 일쑤다.
반면에 스타라는 이유로 그들이 큰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캔들로 회자되며 그들의 생업이 중단된 경우도 종종 있다. O, P양은 여자로서 수치스러운 성과 관련된 영상이 유포되어 연예활동을 중단했던 경우도 있고, H,S군 등은 도박중독과 관련된 사건으로 인해 대중의 지탄을 받았다.
그들도 한 인간으로서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병적으로 치료를 요하는 경우도 있을 것인데, 스타라는 이유로 언론을 비롯한 매스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인 몰매를 맞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도 개인적인 사생활을 일정부분 보장받아야 한다.
특히 연예인이란 직업 때문에 스타의 사생활까지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데, 이러한 문제는 스타 개인과 언론이 담당해야할 문제다. 최근 인터넷을 통한 정보제공이 난립하며 언론의 역할까지 침범하여 제대로 된 언론의 정기능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대한 정책적 대안도 논의되길 바란다.
과거에 최고의 톱스타로 인기를 누리던 아이돌 HOT가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진행자와 나누었던 말이 생각난다. 청소년기에 남들처럼 놀지도 못하고 친구와 길거리를 활보하지도 못하는 불편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지금의 인기와 생활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최고의 스텝들과 최고의 음악활동을 하며 대중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며, 자신들의 사생활이 제약을 받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상대적인 불만을 갖지 않으려 노력하는 지혜로움을 지녔던 것이다.
스타는 누구보다도 '긍정의 힘'이 필요한 존재로 보인다.
장규수 | 연예산업연구소 소장 gyusoo@gmail.com
※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스마트폰 앱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