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절세 때문에 난리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세금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다 보면 “군중심리가 섞인 과장된 우려가 폭발하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어가면 막대한 세금 부담 때문에 내 자산을 손해 볼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흡사 2011년 일본 원전사고 이후 일본 땅만 밟으면 방사선에 오염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는 것과 유사해 보입니다. 이런 불안감은 절세 상품을 팔려고 하는 금융회사의 마케팅과 만나 더 폭발력을 갖게 된 듯합니다.
고객 중에는 앞으로 과세정책이 어떻게 될 것 같은지 예상을 내놓으라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제가 일하는 곳은 정책을 논의하고 예측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정책에 따라 자산관리를 하는 곳이지만 저 말고도 많은 PB들이 이런 질문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앞으로 절세 상품은 없어지고 절세 계층만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요.
이렇게 애매한 답변을 드리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선진국은 국가재정 악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증세 방안을 앞다퉈 내놓습니다. 특히 부자증세가 대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부자증세를 하려 해도 절세 상품이 있으면 세수 효과를 누리기 힘들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세 상품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 만들어 내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반대로 중산층을 두껍게 하려는 정책이 강화되면서 중산층에 못 미치는 계층에 대한 세제 혜택은 증대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절세 상품을 쫓아다니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세금을 이기는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100세 시대’를 준비해 나가는 성공적인 자산관리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빨리 고령화와 저성장을 겪었습니다. 일본이 장기 불황으로 들어가는 국면, 그러니까 1990년 초반에 ‘와타나베 부인’이라는 말이 등장했는데요. 와타나베 부인이란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외화로 환전한 뒤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중·상층 주부 투자자들을 의미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와타나베 부인의 투자법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지금 우리나라가 일본과 비슷한 상황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채권 투자를 한번 볼까요. 어느 나라 채권이 10% 금리를 주는데 우리나라 대출금리가 5%라면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돈을 빌려 그 나라 채권에 투자하려 할 것입니다. 요즘 브라질 국채가 인기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금리인 우리나라 은행에서 돈을 빌려 고금리인 브라질 국채를 사면 그만큼 차익을 낼 수 있습니다. 수익에 대해서도 비과세 혜택이 있다니 더 관심을 끌 수밖에 없습니다. 브라질 채권처럼 절세 상품은 아니지만 고금리인 터키 채권의 인기도 최근에는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이처럼 국가 간 금리 차를 노리는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앞으로 절세 상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 해외 채권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물론 관심이 높은 만큼 투자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정상회의 때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국제 유동성이 무분별하게 브릭스로 들어와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고금리 국가라면 어디든 국제 유동성 자금이 섣불리 들어오지 못하도록 금융거래세를 검토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처럼 경기가 살아나는 선진시장에서는 국채보다 회사채, 투자적격채권(신용등급 A∼BBB)보다는 하이일드채권(투자적격채권 이하 등급)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겠고 신흥국 시장에서는 국채나 투자적격채권이 더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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