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박선이 위원장은 최근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 등급 분류로 다시 한 번 촉발된 제한상영가 논쟁에 대해 “영화를 만드는 주체는 물론 극장을 찾는 관객의 만족도 역시 중요하다”며 “일반 관객의 등급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등위의 9월 부산 이전을 앞두고 28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선이 위원장은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 논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제한상영가 등급의 기준과 그 실효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최근 ‘뫼비우스’가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데 이어 이례적으로 개봉 적합성을 묻는 찬반 투표까지 진행하는 등 논란이 일어난 탓이다. 결국 ‘뫼비우스’는 재편집을 거친 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9월5일 개봉을 확정했다.
박 위원장은 “영화를 분류하는 5개 등급 가운데 제한상영가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며 “혐오스러운 성적 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등 영비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관련 규정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뫼비우스’와 관련해 “청소년관람불가로 등급 분류된 상황은 관객이 영화를 보면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일부에선 영등위가 일부러 제한상영가를 준다는 지적도 있지만 엄연히 국회에서 법으로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등위의 현행 영화 등급은 ‘전체관람 가’, ‘12세 관람가’, ‘15세 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 ‘제한상영가’ 등 다섯 개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선정성과 폭력성 등이 가장 높게 표현될 경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게 되지만 정작 국내에는 이 등급의 영화를 상영할 전용극장이 없는 상황. 등급만 있고 상영할 극장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의 전용 극장 부재에 대해 박 위원장은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영등위는 전용극장 유무 여부를 관할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닐뿐더러 제한상영가 등급을 유지하는 것 역시 영등위가 아닌 국회의 결정 여부”라며 “다만 지난해부터 (등급 분류 기준이)너무 엄격해서 손을 봐야 한다는 제안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등위의 주요 임무는 청소년 보호”
사실 영화계에서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두고 ‘사전 검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표현의 자유는 보장해야 한다’는 외침도 자주 나오고 있다.
‘뫼비우스’가 제한상영가 분류를 받은 이후 이준익 봉준호 감독 등이 속한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성명을 내고 ‘제한상영가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15세 관람가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구분 역시 모호하다는 지적이 영화계에서는 꾸준히 제기한다.
실제로 900만 가까이 모은 ‘설국열차’는 영화 속 잔혹한 폭력 묘사와 임산부를 살해하는 장면 등이 삽입됐지만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아 폭넓은 관객층을 공략할 수 있었다.
박 위원장은 “영등위의 임무는 청소년 보호”라며 “각 영화가 원하는 관객 사이즈가 다른 건 그 작품을 만든 제작진이 잘 알지 않겠느냐. 영등위의 등급 규정에 관련 조항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한편 영등위는 9월5일부터 부산 해운대구 센텀 영상도시로 이전한다.
이에 맞춰 영상물 등급 심사를 모두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고 각 분야 소위원회 위원들의 수도권(26%)과 부산지역(74%)의 비율을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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