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상욱(35)과의 만남은 즐겁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까칠한 실장님’ 이미지와 달리 소탈하고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영화 ‘응징자’의 VIP 시사회 때였다. 맨 앞줄에 앉은 팬들에게 “무조건 재미있게 봐!”라고 호통을 쳤다. 큰 소리를 냈지만, 팬들과의 친근함이 느껴지는 소통이었다. 그는 “팬들과 친구처럼 지내기에 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도 다르지 않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가 어땠는지 말해 달라”“기왕이면 칭찬도 해 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주상욱은 영화 ‘응징자’(감독 신동엽)에서 피 칠갑을 하는 거친 남자로 변신했다.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힌 창식(양동근)을 만난 뒤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단행하는 준석 역을 맡았다.
“준석이는 제게 산소호흡기 같은 캐릭터예요. ‘실장님’ 이미지에 지쳐 있던 저를 벌떡 일어나게 해줬다고나 할까요. 촬영을 하며 다시 태어난 기분을 느꼈어요. 쉼 없이 달려온 연기 생활을 재충전한 것 같아요.”
그의 말대로 주상욱은 ‘응징자’를 통해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사랑을 원하는 여린 감성부터 복수를 향한 분노의 눈빛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촬영장은 더 즐거웠다.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두들겨 맞아도 웃음이 났다. 근육 파열로 한 달 넘게 고생했지만 한 번도 짜증내지 않았다.
“죽도록 맞았어요. ‘이렇게 많이 맞아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래도 (양)동근이와 호흡이 잘 맞아 격투 장면이 힘들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즐겁게 촬영한 것 같아요.”
놀랍게도 이번 영화는 주상욱의 첫 주연작이다. 드라마에서는 오래전부터 주연을 맡았지만, 스크린은 ‘응징자’가 처음이다. 그는 “데뷔 15년 만에 주인공이 됐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시 기회가 온다면 더 멋진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상욱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굿 닥터’에서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냉철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집도의 김도한 역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시청률도 20%를 돌파했다.
“자폐아가 의사가 된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소아외과의 일상을 다뤄 더 끌리기도 했고요. 조카가 예전에 희귀병을 앓은 적이 있거든요. 다행히 지금은 완치가 됐고, 그때 아이들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죠. ‘굿 닥터’를 통해 의사의 삶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고, 주원 등 멋진 친구들도 만났어요.”
30대 중반에 맞은 전성기. 주상욱은 시쳇말로 ‘대세남’이 됐다. 드라마 예능 스크린 등 많은 곳에서 그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허황된 꿈을 꾸지 않는다. 차근차근 숙제를 풀어가며 ‘배우의 길’을 가고 싶다고 했다.
“변할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새로운 모습이 기대되는 배우요. 사람들이 제 연기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다음 작품에서는 실장님이나 의사 대신 저처럼 유쾌한 쾌남을 연기하는 건 어떨까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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