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선아(38)가 영화 ‘더 파이브’(감독 정연식)를 통해 스크린에 복귀했다. 2011년 출연한 ‘투혼’ 이후 약 2년 만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김선아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우리에게 익숙한 ‘로코퀸’ 김선아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잔인하게 살해당한 가족의 복수를 설계하는 은아 역을 맡았다.
“연기 변신이 화제가 돼 저도 놀랐어요. 이미지를 바꾸려고 선택한 작품은 아니거든요. 시나리오를 읽고 정말 하고 싶은 마음에 출연했어요.”
이날 인터뷰에서 김선아는 자리에 앉자마자 오른팔에 붕대를 칭칭 감았다. 온주완과 격투신을 촬영하다 팔이 골절돼 7개월째 오른손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씻을 때와 먹을 때 힘들어요. 가끔은 짜증이 나기도 해요. 불편한 팔을 보면서 ‘내가 이 영화를 왜 찍었을까’라는 후회를 하기도 하죠. 그러다가도 관객들의 칭찬과 은아로 살았던 시간을 생각하면 아픔을 잊게 돼요.”
부상에서 알 수 있듯이 김선아는 이번 영화에서 온몸을 던졌다. 하반신이 마비된 캐릭터라 휠체어에서 수십 번을 넘어지고 굴렀다. 그는 “팔과 다리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성한 몸으로 활동을 하고 연기를 한다는 게 얼마나 복 받은 삶인지 알겠더라고요. 요즘은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이번 영화가 유독 어려웠던 건 육체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눈앞에서 살해당한 남편과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를 연기하는 건 적지 않은 고통이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울컥했다.
“수개월 동안 갖고 있던 아픈 감정들을 잊고 지냈는데 다시 떠올리려고 하니 괴롭네요. 그때도 마음이 아파 현장 밖으로는 잘 안 나갔거든요. 이럴 때면 배우가 좋은 직업만은 아닌 것 같아요. ‘여인의 향기’에서 시한부 인생을 연기할 때도 후유증이 심했거든요.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였어요.”
또 한 편의 작품을 마친 김선아에게 배우로 살아온 지난 17년을 물었다. 그 중심에는 시청률 50%를 돌파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있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각본과 연출이 대단했어요. 스태프와 배우들의 팀워크도 훌륭했죠. 정말 즐겁게 촬영했던 작품이에요. 가끔 그런 작품을 다시 만나는 상상을 하지만, 애써 뛰어넘으려고 하진 않아요. 과거에 갇혀 살면 배우로 발전을 못해요. 그냥 제게 주어진 역할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죠.”
김선아는 팔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차기작을 검토하고 있다. ‘더 파이브’의 은아에서 벗어나 다시 새로운 인물에 빠져들 계획이다.
“이제 은아를 떠나보내야죠. 잊을 수 있냐고요? 그럼요. 사람이 또 다른 사람으로 잊혀지듯,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로 잊혀지는 것 같아요. 다음 작품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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