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감 “감사받겠다” 전격제안… 道 “재발 방지책 내놔야” 시큰둥
분담비율 등 시각차 커 진통 예상
경남지역 초중고교의 무상급식이 중단된 지 6개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8일 “조건 없이 경남도의 급식 감사를 받겠다”며 종전 태도를 바꿨다. 이에 따라 사태 해결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걸림돌은 많다.
박 교육감은 “올 4월 1일부터 시작된 무상급식 중단 사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감사’가 발목을 잡았다”며 “경남도가 경남도교육청을 감사하는 것은 법과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학생들이 받는 상처와 학부모의 아픔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경남도 감사권 권한쟁의 심판의 취소도 검토하기로 했다.
박 교육감은 감사 수용이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 때문’이라고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요인을 감안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진위를 떠나 ‘감사 거부가 급식 중단의 원인’이란 여론의 확산이 큰 부담이었다. 교육계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여기에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 추진에 맞서 보수단체들이 박 교육감 소환에 시동을 건 것도 태도 변화의 이유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교육감은 “감사의 전제조건은 없다”면서도 “경남도가 급식예산 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감사를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애매한 설명을 곁들였다. 홍 지사가 경남도의회 등에서 ‘영남권 광역단체 평균수준의 지원’을 밝혔기 때문에 지원 금액은 670억 원 정도로 산정했다.
박 교육감의 전격 제안에 경남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홍 지사 면담 요청부터 “만날 이유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감사 문제는 “현재 경남도의회 행정사무조사 특위에서 학교급식 조사를 진행 중이므로 중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경남도의 감사권을 명문화한 ‘경남도 학교급식 지원 조례’가 15일 도의회에서 개정되고 그 조례가 상위법 등에 저촉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얘기다. 윤인국 경남도 기획관은 “도교육청이 급식비리 재발 방지에 관한 확고한 조치를 내놔야 분담비율 협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담비율은 영남권 4개 시도 평균인 식품비 기준 31.3%(약 300억 원) 이내라고 못 박았다. 경남도교육청이 희망하는 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급식비리 차단책의 내용도 문제지만 예산 분담비율과 산정 방식에서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의 시각차가 커 진통이 예상된다.
지역에서는 “그동안 ‘감사 없는 예산 없다’며 요지부동이던 홍 지사의 ‘양보’ 배경에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들의 입장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견해다. 일부 지역은 학부모 반발이 거센 상태다. 또 ‘전국에서 유일하게 급식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자치단체’라는 꼬리표 역시 부담이다.
성완종 사건과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무상급식 운동본부’는 홍 지사의 주민소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운동본부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교육감의 제안에 대한 홍 지사의 반응을 보면 무상급식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반드시 주민소환을 실현시킬 것”이라고 성토했다. 반면 경남도 관계자는 “보편, 선별급식을 따지지 않고 예산을 지원하려는 것 자체가 큰 변화”라며 운동본부 측을 비판했다. 경남도는 지난해 10월 학교급식에 문제가 많다며 90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이겠다고 밝혔고 경남도교육청이 이를 거부하자 올해 예산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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