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된 말티즈가 미용을 하고 나서 얼굴에 종기가 3개나 났다고 내원했다. ‘종기가 3개’ 라니 어딘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는데 역시나 보호자의 손이 가리키는 부위에는 정상적인 구조물인 수염 결절(whisker tubercle)이 있었다.
수염결절 또는 수염패드(whisker pads)는 개, 고양이를 포함한 몇몇 동물에서 특별한 기능을 하는 수염이 나는 자리로 주변 피부 보다 융기되어 있어서 종종 피부에 뭐가 난 것으로 오해 받는다.
얼굴에 난 이 특별한 수염은 주변을 탐색해서 감각을 통해 얻은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고감도 안테나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에 촉각털(sinus hair)이라고 불린다. 더듬이를 연상하면 쉬운데 직접 보거나 만지지 않아도 사물의 크기와 위치, 모양 등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촉각털은 다른 털에 비해 몇 배나 굵고 길며 깊고 넓은 모낭을 가지고 있다. 뿐 만 아니라 모낭에는 약간의 근육도 있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얼굴에는 총 4 군데의 수염이 있는데 눈썹 위, 볼, 윗입술, 턱에 각각 위치해 있으며 이중 윗입술 쪽 수염이 가장 길고 많다.
수염은 일반적으로 고양이에서 더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마도 행동, 사냥 등의 습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양이의 시력은 원거리 물체를 보는데 최적화 되어 있어 바로 코앞에 있는 작은 물체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촉각털에 의존해야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양이가 사냥을 할 때는 윗입술에 난 수염이 일시적으로 앞쪽으로 모아져서 마치 바구니 같은 모양을 만든다. 간혹 시력을 잃거나 저하된 고양이들은 수염이 늘 앞쪽으로 향해 있기도 한데, 시각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하얀 지팡이처럼 근접한 장애물을 탐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수염의 위치는 고양이의 기분상태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화가 났거나 겁을 먹었을 때는 수염이 머리 쪽으로 바짝 붙게 되고 반대로 안정된 상태에서는 자연스럽게 중간에 위치하게 된다.
수염도 다른 털처럼 주기적으로 빠지고 다시 나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수염의 숫자가 적어지거나 끊어지는 증상 등이 있는 경우 가려움증을 동반한 피부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안면부의 가려움증 때문에 바닥에 얼굴을 비비거나 앞발로 긁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되면 수염이 쉽게 빠지거나 끊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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