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에 대한 토지 보상을 둘러싸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토지주들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LH가 서둘러 보상 절차를 밟으려 하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감정평가 시행 시기를 두고 토지주들과 LH 간 시각차가 커 심각한 마찰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LH는 3일 감정평가를 강행하겠다고 통보했고, 토지주들은 이를 저지하겠다며 감정평가 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또 토지주들은 감정평가가 진행되지 않도록 현장에 나와 막겠다고 밝혔고, LH 측은 감정평가를 막는 것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양측의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원인 중 하나는 보상협의회 구성 유무다. 토지주들은 토지보상법에 따라 보상협의회가 구성된 후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감정평가를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LH는 개발사업 속도를 내기 위해 보상협의회가 구성되기 전 현장실사 수준의 감정평가를 먼저 시행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후에 보상협의회 의견을 반영하면 된다는 것이다.
○토지주 “법 절차 무시” vs LH “오해일 뿐“
배준학 수서역세권 개발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는 땅을 지키고 있고 농사를 짓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지 소위 말하는 ‘강남 부자’가 아니다”면서 “마치 떼부자가 되기 위해 우리가 보상절차를 늦추려는 것처럼 매도되는 것이 억울하고, 우리는 많은 보상금을 바란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배 위원장은 “수서역세권 주변은 오랜 세월 그린벨트로 묶여 토지거래 금지, 비행금지 등 규제가 많아 실제 거래가 된 적이 없어서 가격 책정도 어렵다”며 “공시지가가 높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고, 그저 공정한 법적 절차에 따라 순리대로 토지보상이 이뤄지길 원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LH 관계자는 “이번 감정평가는 개별 토지 소유자와 비닐하우스 소유자의 토지에 대한 현장실사일 뿐”이라며 “여러 번에 걸쳐 감정평가를 진행할 것이며 향후 보상협의회의 의견도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서역세권 개발 사업이 워낙 중요한 사업이라 보상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긴 하지만, 하루 만에 모든 감정평가를 끝낸다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보상협의회 구성 차질… 서로 “네 탓” 공방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 보상계획은 지난 4월23일부터 5월9일까지 열람이 가능했다. 통상 보상협의회는 보상계획 열람기간 만료 후 30일 내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추진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인 강남구청 측이 토지주들에게 협의회 구성 통보를 지방선거 전 날인 지난 6월 12일에서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주 측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강남구청장이 바뀌고 하는 과정에서 보상협의회가 빠른 시일 내에 구성되기 어려웠다”면서 “토지주들이 혹시라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변호사를 동석하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강남구청에서 이를 허가했다”고 했다.
LH의 얘기는 다르다. 강남구청이 토지주들의 이런 요구를 듣고 국토교통부에 변호사 배석 여부에 관한 유권해석 신청을 했고, 한 달여 만에 불가하다는 해석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지주들은 변호사 동석 여부와 보상협의회 구성은 전혀 관계없는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편 수서역세권 복합개발 사업은 서울 강남구 수서역 일대를 업무·유통·주거시설을 갖춘 복합도시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수서고속철도(SRT) 수서역 일대 38만6490㎡규모다. 오는 2021년까지 총 67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철도와 도로, 주차장, 복합커뮤니티 등이 들어선 SRT 환승센터와 연구개발(R&D)센터, 유통시설, 주거시설 등이 배치된다. 주거시설로는 신혼부부희망타운 620가구와 행복주택 1910가구도 공급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