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대표 자살 불러온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

  • 동아경제
  • 입력 2018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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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공급업체의 4개 협력사 중 한 곳 대표 자살
유족 “납품 문제로 많이 힘들어해”
회장 급히 귀국… 김수천 사장 공식 사과문 홈페이지 게재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던 업체의 협력사 대표가 자살했다. 경찰은 항공기에 기내식을 제대로 싣지 못해 일부 항공편이 지연되자 이에 부담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9시30분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모 아파트에서 기내식 공급업체 샤프도앤코 협력사 대표 A씨가 스스로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 A씨의 친동생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전날 기내식 납품 문제로 많이 힘들어 했고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면서 “2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하고 있고, 전부 다 울고 있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교체 첫날부터 ‘기내식 대란’


협력업체 대표의 자살까지 불러 온 노밀 사태는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들어 기내식 공급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15년 동안 기내식을 공급한 루프트한자 스카이세프그룹(LSG)과의 계약 관계를 청산하고 게이트고메코리아라는 회사로부터 이달 1일부터 기내식을 받기로 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기내식을 생산하는 공장에 불이 나 공급이 3개월 늦어지자 아시아나항공은 급히 샤프도앤코와 단기 계약을 맺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계약을 맺은 업체 샤프도앤코가 제때 비행기로 밥을 배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아나항공 관계자는 “기내식을 생산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비행기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밥은 다 지었는데 배송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샤프도앤코와 아시아나항공이 계약을 체결할 때 음식 공급이 30분이 늦으면 수수료를 물지 않거나 1시간 이상 늦어지면 전체 음식값의 일부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샤프도앤코의 협력업체들은 압박이 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숨진 A 대표가 운영하는 업체는 아시아나에 기내식을 공급하는 샤프도앤코의 협력사 네 곳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샤프도앤코는 1위 게이트고메, 2위 LSG에 이은 세계 3위의 기내식 업체”라며 “하루 3000개 밖에 생산할 수 없는 중소 기내식업체라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노밀 사태’ 장기화 되나


기내식 없이 비행기가 출발하는 아시아나의 ‘노밀 사태’는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기내식 소동이 시작된 1일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여객기 80여 편 중 51편이 1시간 이상 지연됐으며, 36편은 기내식을 싣지 못한 채 출발했다. 이튿날인 2일엔 총 75편의 항공편 가운데 1시간 이상 지연 건수는 10건이었으며 기내식 없이 이륙한 항공기는 28편에 달했다.

3일 오전까지도 기내식 없이 출발한 노밀 항공편은 총 8편으로 파악됐다. 오전 8시15분 인천 출발 예정이던 톈진과 나고야행 항공편을 시작으로 인천~충칭(오전 8시35분), 인천~다롄(오전 9시5분) 인천~오키나와(오전 9시15분), 인천~옌청(오전 9시35분), 인천~시안(오전 10시) 인천~선전(오전 10시) 항공편에 기내식이 실리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사과와 함께 30~50달러 상당의 TCV(아시아나항공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로 항공권 및 기내 면세품 구매 가능)를 제공했다. 오후 5시 기준으로는 1시간 지연된 항공편이 2편, 기내식 없이 출발한 항공편이 모두 21편이다.

○김수천 사장 사과에도 들끓는 여론

사태가 커지자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이날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 '고객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려 이번 기내식 공급 대란에 대해 사과했다. 김 사장은 "이번 기내식 공급 업체 변경 과정에서 기내식 서비스에 차질이 생겨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 드린다"면서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회사의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해 시행 초기의 오류를 현저히 줄여나가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인 기내식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글로벌 케이터링 업체인 게이트고메와 신규 서비스를 준비해 오던 중, 새로 건설 중이던 이 회사의 기내식 공장이 완공을 앞두고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이후 회사는 불가항력적인 재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쳤고 대체 업체를 통해 당사에 필요한 적정 기내식 생산 능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시행 첫 날 생산된 기내식을 포장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혼선이 발생했고, 그 결과 일부 편은 지연되고 일부 편은 기내식 없이 운항하게 돼 고객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쳤다"고 해명했다.

○무리한 투자 유치가 독 됐을까… 기내식 업체 바꾸는 과정 잡음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기존 업체인 LSG는 아시아나와 계약 연장이 안 되자 지난해 8월 "아시아나항공이 계약 연장 조건으로 1500억~2000억 원 투자를 요구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자 계약을 끝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3월 하이난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지주사인 금호홀딩스에 1600억 원을 투자했다. 이 때문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투자 유치를 위해 기내식 업체를 하이난그룹으로 바꿨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LSG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 세 차례 현장 조사를 실시했고, 최종 결론은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하이난그룹의 금호홀딩스 투자에 대해서 아시아나항공은 “양사가 제휴를 통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이지 업체 선정과 투자금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이은정 기자 e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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