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뿔뿔이 흩어진 남극 황제펭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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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3000마리 군집 3년새 사라져… 英조사단, 西남극지역 서식지 추적
온난화로 해빙 변화가 원인, 새끼들 1만마리 이상 떼죽음

2만3000마리에 이르는 남극 황제펭귄 군집이 최근 3년에 걸쳐 사라진 사실이 영국 연구팀의 조사로 밝혀졌다. 1만 마리 이상의 새끼가 죽고 성체는 주변 군집으로 뿔뿔이 흩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해수 온도 변화로 해빙(바닷물이 언 곳)의 상태가 변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필립 트러선 영국남극조사단(BAS) 연구원팀은 서남극 웨들해 근처 브런트 빙하에 위치한 ‘핼리(Halley)만’ 지역의 펭귄 군집 개체수를 위성 영상과 현장 조사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남극과학’ 25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지상 30∼50cm의 물체를 구별할 수 있는 영상 촬영 위성으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9월 중순∼12월 초에 찍은 핼리만의 이미지를 분석해 황제펭귄의 개체수를 추적했다. 추적 중 2016년 갑자기 황제펭귄 군집 수가 절반 가까이 급감했음을 발견했다. 핼리만의 펭귄 군집은 영국남극조사단이 관찰을 시작한 1950년대 이후 매년 최대 2만3000마리의 개체수를 꾸준히 유지해 온 곳이라 군집 수 급감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현장을 확인한 결과, 줄어든 개체는 주로 새끼였고, 살아남은 성체는 55km 떨어진 다른 서식지로 이동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연구팀은 펭귄이 번식과 새끼 키우기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고, 유력한 원인으로 기후변화와 2015년 찾아온 이상기후 영향을 꼽았다. 2015년 전 세계에 60년 만에 가장 심한 엘니뇨가 닥쳤다. 엘니뇨는 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평소보다 0.5도 높은 상태가 6개월 이상 길게 이어지는 현상이다. 온도가 높아져 바다의 증발량이 많아지면 태평양 동부에 폭우나 폭풍 등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핼리만 근처에서도 폭풍이 몰려들면서 새끼와 알을 위협한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기후변화가 겹쳐 황제펭귄의 번식지인 해빙까지 얇아지거나 사라지면서 환경이 매우 불안정해졌다고 설명했다.

펭귄 생태 연구자인 이원영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 선임연구원은 “황제펭귄은 특히 해빙 의존성이 큰 동물”이라며 “이번 조사가 이뤄진 서남극 지역은 남극 중에서도 기후변화의 영향이 큰 곳인 만큼 피해는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황제펭귄#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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