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스커트, 자수 가디건… ‘할머니룩’에 빠진 밀레니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5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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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세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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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유통가를 휩쓸고 있는 ‘할머니 신드롬’이 식품을 넘어 패션계에도 불고 있다. 화려한 꽃무늬가 자수된 블라우스나 가디건, 펑퍼짐하고 강렬한 색깔의 원피스나 긴 주름치마 등 장년의 여성들이 즐겼을 법한 스타일의 옷이 요즘 젊은 층에게 큰 인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그래니룩’ 태그를 검색하면 2만 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그래니룩은 할머니를 뜻하는 그래니(Granny)와 패션 스타일을 의미하는 룩(look)을 붙인 조어로, ‘할머니 같은 패션’을 의미한다.

에잇세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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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이를 ‘할매니얼(할머니의 사투리 표현+밀레니얼)’ 트렌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식품시장의 할매니얼 트렌드가 예부터 즐겨왔던 간식거리의 맛인 흑임자, 인절미, 달고나 등이라면, 패션시장에서는 할머니의 옷장이나 빛바랜 옛 사진에서 볼 수 있었던 과감한 패턴, 화려한 색상, 헐렁한 핏 같은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니룩의 대표 상품은 니트 가디건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색상이 패치워크 식으로 조합되거나 초록, 빨강 등 강렬한 원색, 다채로운 패턴이나 자수 등이 들어간 제품들이 인기”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여성복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에서 올해 내놓은 가디건은 빨강, 노랑 등 원색이 조합됐다. 출시 한 달 만에 초도 물량이 소진돼 재생산에 들어갔을 정도로 인기다. 기하학적 형태의 문양이 들어간 에스닉 가디건, 레오파드 패턴의 니트 조끼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발목 위까지 내려오는 긴 스커트도 패션 시장 복고 열풍의 주역으로 꼽힌다. 패션업체 LF의 여성 브랜드 ‘닥스 레이디스’의 올해 1~3월 롱스커트 제품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LF 관계자는 “긴 기장의 주름 스커트는 체형을 커버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활동성도 뛰어나 편안함을 중요시하는 최근 젊은 세대 패션 트렌드의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형형색색의 꽃무늬 패턴도 그래니 룩의 필수템이다.

할매니얼 패션의 유행을 두고 전문가들은 패션계 전반의 복고 흐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위로 받고 싶은 심리가 더해졌다고 분석한다. 복고풍의 할머니 룩은 따뜻함, 포근함, 향수 등을 불러 일으킨다. 패션디자이너 카티아조는 “플라워 패턴은 매해 봄마다 유행했지만, 특히 올해는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고 기분 전환을 해줄 수 있는 넉넉한 실루엣의 플라워 패턴 원피스, 스커트 등이 강세”라고 말했다.

할매니얼 패션의 인기는 10, 20대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편집숍이나 SAP 브랜드에서도 두드러진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 관계자는 “올해 1~3월 롱스커트, 가디건 제품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0%, 164% 증가했다”며 “A라인, 주름치마 등 옛 스타일 제품이 특히 많이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도 꽃 자수 니트 가디건 등의 제품이 인기를 끌며 재생산에 들어갔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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