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사장님 살핌기금 첫해 668명에 20억 원 지원
김봉진 배달의민족 의장 100억 원 출연
희망브리지 “더 많은 외식업주 지원할 것”
#1. 경남 사천시에서 15년 동안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고현정 씨(55‧여)는 2021년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식당 일을 돕던 남편이 갑자기 허리를 붙잡고 쓰러졌다. “오래전부터 몸 쓰는 일을 해 고질적으로 허리가 좋지 않았던 게 터졌어요. 큰 수술이 필요해서 찾아간 서울의 병원에선 수술비 일부를 먼저 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임대료 내기도 버거웠던 고 씨에게 1000만 원이 넘는 수술비 청구서는 큰 부담이었다. 그러던 차에 배달의민족과 희망브리지가 운영하는 ‘우아한 사장님 살핌기금’ 사업을 알게 돼 수술에 필요한 의료비 15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고 씨는 “수술 후 한 달간 통원 치료도 하고 약값도 무시 못할 수준이었는데 당시 정말 큰 힘이 됐다”며 “도움을 주신 분들께 따뜻한 순대국밥 한 그릇씩 대접하고 싶다”고 전했다.
#2. 전북 남원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인선 씨(43‧여) 역시 우아한 사장님 살핌기금의 덕을 봤다. 어느 날 호흡이 어려워져 병원을 찾아간 그는 신장암 판정을 받았다. 로봇 수술로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비급여항목인 탓에 박 씨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나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원 신청을 했던 박 씨에게 의료비와 생계비 1700만 원이 전달됐다. 그는 수술 후 특수아동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본인의 가게를 실습 공간으로 내주고 있다. 박 씨는 “저는 나눔의 혜택을 받았다. 이제 제 차례라고 생각하고 작게나마 봉사의 삶을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지낸 외식업주들 사이에서 우아한 사장님 살핌기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질병 또는 사고로 많은 의료비가 나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연 매출액 3억 원 이하 또는 중위소득 140% 이하의 외식업주를 돕는 사업이다.
● 아픈 사장님들 최대 1700만 원 지원
지원은 의료비와 생계비, 또는 두 가지 모두 지원받는 의료생계비로 구분된다. 의료비 1700만 원, 생계비 7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외식업주 한 명이 최대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연간 1700만 원이다. 이미 적지 않은 외식업주들이 해당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배달의민족과 희망브리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끝난 1차년도 사업에서 외식업주 총 668명이 지원을 받았다. 이 기간 동안 1만여 건의 문의가 쏟아졌고, 예산 20억 원 가운데 99.9%가 집행했다. 지원받은 외식업주를 살펴보면 전체의 절반인 53%가 팔과 어깨, 허리 등 정형외과적 질병을 호소했다. 팔을 많이 쓰는 외식업의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령대별로 구분하면 40대 환자가 전체의 33%로 가장 많았지만, 홀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젊은 사장님’이 아픈 경우도 적지 않았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은영(가명‧29) 씨는 매일 반복되는 생닭 손질로 손목에 관절염을 앓게 됐다. 인건비 부담에 아르바이트도 고용하지 못했다. 손목 보호대를 차고 영업을 계속하는 바람에 증상은 더욱 악화됐다. 그러던 중 살핌기금 사업을 알게 돼 신청했고, 최종 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5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 김봉진 의장 “학창시절 쓰러진 아버지 경험”…100억 원 기부
우아한 사장님 살핌기금 사업은 김봉진 배달의민족 의장의 기부금 100억 원으로 운영된다. 매년 20억 원씩 5년 동안 지원할 예정이다. 김 의장은 “학창 시절에 식당을 하시던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목욕탕에서 쓰러져서 어머니 혼자 고생하셨다”며 “월급이 아닌 하루하루 매출이 중요한 외식업 사장님들께 이런 일이 생기면 참으로 힘들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진행하는 희망브리지 관계자는 “외식업주에게 더 많은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업 운영비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새로 진행되는 해당 사업의 2차 년도에는 별도 홈페이지를 열어 더 많은 외식업주에게 사업을 알리고 신청 이후 결과까지 단계별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