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이 일으킨 초유의 무장 반란이 36시간 만에 끝났지만 러시아가 보유 중인 핵무기 보안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바그너그룹이 반란 과정에서 남중부 보로네시의 전술핵무기 기지를 일시 점령했다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부의장 또한 이들의 핵무기 탈취 가능성을 언급하며 “세계가 파멸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反)푸틴 성향 민병대 ‘러시아자유군단(FRL)’은 25일(현지 시간) 텔레그램에서 “바그너그룹의 일부 부대가 24일 전술핵무기가 보관된 보로네시-45 기지로 들어가기 위해 이동했다”며 병력 100명과 경장갑차 20대로 구성된 이 부대가 해당 기지를 일시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후 러시아군이 이 지역으로 연결된 다리를 파괴했다고 전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러시아군 헬기가 기지 인근에서 사격을 하는 영상도 돌고 있다.
바그너그룹은 23일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두에서 수도 모스크바로 진격하며 보로네시를 지났다. 이런 식으로 800km를 이동한 후 24일 모스크바에서 불과 200km 떨어진 옐레츠에서 해산을 선언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그너그룹이 이 과정에서 보로네시-45, 툴라-50 등 핵무기고로 알려진 군사 기지 2곳을 지났다고 보도했다. 두 기지는 불과 160km 떨어져 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24일 바그너그룹을 ‘도적’이라고 비판하며 “인류 역사상 도적들이 세계 최대 핵무기고를 갖게 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의 위기가 러시아라는 단일 국가를 넘어 전세계를 파멸 직전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서방 진영에서도 이번 반란과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다.
다만 핵전문가들은 바그너그룹이 실제 핵무기를 탈취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파벨 포드비그 유엔군축연구소(UNDIR) 수석 연구원은 트위터에 “보로네시 기지에 핵무기가 보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또한 25일 “러시아의 핵 태세와 관해 어떤 변화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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