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위험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전기차 화재 건수는 내연기관차의 1.2%에 그쳤다.
독일 유력 자동차 매체 아우토빌트는 최근 소비자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보도했다.
아우토빌트는 ‘전기차 화재 위험은 사실인가’ 제하의 최신호 특집 기사를 통해 각종 통계와 전문가 인터뷰 등을 인용, 전기차만 특별하게 화재 위험에 취약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기사 초반 지난 8월 한국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EQE 화재 사고를 언급하며 전기차 화재 영상이 자극적으로 뉴스를 장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의 위험성에 대해 감정적 요소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실제로 아우토빌트가 인용한 글로벌 통계 포털 스태티스타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35%의 응답자가 전기차를 화재 위험이 가장 높은 자동차로 꼽았다. 휘발유 차량은 10%, 디젤차는 4%, 하이브리드 차는 3% 만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아우토빌트는 독일 보험협회의 글로벌 연구자료를 인용하며 과도한 전기차 화재 우려는 잘못됐다고 반박에 나섰다. 이 매체가 인용한 글로벌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내연기관차 중 0.1%에 화재가 발생한 반면, 전기차는 0.0012%만이 화재가 났다. 전기차의 화재 건수는 내연기관차의 1.2%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호주 보험협회 연구진들이 진행한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데이터 분석 결과도 비슷하다. 하이브리드카는 10만대당 평균 3474.5대, 내연기관차는 1529.9대가 화재를 겪었지만, 전기차는 10만대당 단 25.1대만이 화재가 발생했다.
이와 함께 아우토빌트는 근거없는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에 대한 금지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아우토빌트는 “전기차는 외부 영향 없이 자발적으로 발화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적절한 충전 인프라가 설치됐다면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고 충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보험협회의 분석자료들은 전기차에 대한 화재 우려가 통계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며 “특히 화재 시 발생하는 열 방출량은 내연기관이나 전기차나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어 “지하주차장은 스프링클러와 환기 시스템으로 화재 대응에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아우토빌트의 이 같은 주장은 국내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 사례를 통해서도 설득력을 뒷받침한다. 지난 2022년 대전시 아울렛 지하주차장 화재 사건과 같이 내연기관차 화재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는 대형 피해를 야기한 바 있다.
화재 진압 과정에 대해서도 아우토빌트는 전기차만 특별하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우토빌트가 취재한 소방대원들은 고전압 배터리가 장착돼 있든, 다량의 연료가 실려 있든 저장되는 에너지의 양은 별 차이가 없고, 연소 방식이 다를 뿐 화재 진압에 큰 차이가 없다는 해석을 내놨다. 오히려 구조대의 관점에서 보면 내연기관차는 연료가 누출돼 불이 번질 가능성이 있지만,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차량 밖으로 확산되지 않기 때문에 진화에 더 유리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기차 화재의 경우 내연기관차 대비 다량의 물이 필요하다. 화재 진압 이후에도 24시간 동안 격리 감시를 해야 한다는 차이 정도가 있을 뿐이다.
충돌사고에 따른 화재 위험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동일한 안전기준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일치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아우토빌트는 소방대원들이 보다 쉽게 화재를 진압할 수 있도록 제조사가 통일된 안전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화재나 추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좀더 신속하게 최적의 소화 방법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티아스 브뤼게 아우토빌트 기자는 기사 말미에 “전기차는 한 번 불이 붙으면 쉽게 진압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화재 위험은 내연기관이나 심지어 하이브리드 차량보다도 훨씬 낮다. 불타는 전기차 영상이 무섭게 보일 수 있겠지만, 통계는 정확하다”고 언급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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