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척추의 날’이다. 현대인의 고질병인 척추 질환을 예방하고 정확히 치료하기 위해 2001년 지정됐다. 척추는 33개의 뼈가 인대와 관절, 디스크로 연결돼 마디를 이루고 있다. 그 주위에는 두꺼운 근육이 둘러싸고 있어 척추의 운동을 조절한다. 워낙 복잡한 구조이다 보니 자주 통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 ‘단순 요통’과 ‘병적 요통’ 구분해야
허리가 아프면 일단 ‘디스크’를 걱정한다. 하지만 허리가 아프다고 다 심각한 건 아니다. 삼성서울병원 김은상 신경외과 교수는 “10명 중 8명은 평생 한 번 이상 허리 통증을 경험한다. 대다수가 겪는 허리 통증은 ‘단순 요통’”이라고 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허리에 부담이 가 생긴다. 가장 많은 허리 통증인 염좌는 뼈와 뼈를 연결하는 인대가 부분적으로 끊어진 경우다. 평소 수영이나 요가, 빠르게 걷기 등으로 허리 근육을 단련하면 단순 요통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척추의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이나 척추관 협착증 등 ‘병적 요통’은 단순히 볼 수 없다. 디스크(추간판)는 척추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말랑말랑한 젤리 같은 구조물이다.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 손상을 입어 돌출하게 된다.
허리 통증보다 다리 통증이 더 심하면 디스크를 의심해야 한다. 허리디스크는 허벅지와 장딴지의 뒤쪽을 따라 발등이나 발바닥까지 통증이 내려간다. 다만 디스크는 감기처럼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전체 환자의 75%가 자연 치유된다. 증상이 있다고 바로 수술하기보다 최소 한 달 이상 지켜보는 것이 좋다. 전문의들은 터져 나온 디스크가 흡수되는 경우도 있어 급하게 수술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약물이나 물리치료에도 △통증을 견딜 수 없거나 △발가락이나 발목의 힘이 현저하게 약해진 경우 △대소변을 보는 힘이 약해진 경우 등은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A병원에서는 수술을, B병원에서는 비수술적 치료를 권한다면 가급적 비수술적 치료로 경과를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좋다.
○ 척추관 협착증이나 척추 측만증이라면?
‘척추관 협착증’은 50대 이후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이다. 척추 신경이 지나다니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생긴다. 허리 통증만 있다면 척추관 협착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척추관 협착증은 걸을 때 허리보다 엉덩이와 다리 쪽 통증이 심하다.
이 역시 약물이나 물리치료를 먼저 시도해본 뒤 보행거리가 100m 이내로 짧아지고 통증이 커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다면 신경이 눌리지 않게 하는 ‘감압술’이나 불안정한 척추를 잡아주는 ‘고정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척추 측만증’은 척추의 휘어진 상태에 문제가 생긴 질환이다. 앞에서 볼 때 척추가 일자가 아니고 옆으로 지나치게 휘어 ‘척추 변형’이 생긴 경우다. 누구나 약간씩 측만 증세가 있지만 심하면 심폐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측만 증세가 심하다면 어떤 형태의 측만증인지 검사한 뒤 휘어짐을 예방하는 ‘보조기 치료’나 휘어짐을 작게 하는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비수술적 치료로 간단하게 디스크나 협착증을 치료한다는 병원 광고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칼을 대지 않고 뭔가를 넣어서 척추관을 넓혀주거나 디스크를 제거하는 시술은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시켜 줄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라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수술을 하면 허리가 더 나빠진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서울아산병원 조재환 정형외과 교수는 “흔히 ‘척추 수술은 잘되면 본전이고 대개는 더 나빠진다’는 잘못된 선입견이 있다”며 “과학적으로 수술을 받을 만하다고 입증된 환자가 수술을 받으면 대개 결과가 좋다”고 했다. 명심해야 할 점은 수술 역시 척추 건강을 회복하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수술을 하더라도 운동을 통해 허리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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