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영혜씨(48·서울 반포동)는 집안에 「또 하나의 부엌」을 가지고 있다. 56
평형 아파트 뒷발코니에 가스레인지 개수대 수납장을 갖춰 조그만 부엌을 하나 더
만든 것. 『빨래를 삶는다든지 생선을 구울 때 냄새가 거실로 퍼지지 않아 좋지요.
음식을 한꺼번에 여러 가지 장만해야 할 경우 양쪽에서 나눠 할 수도 있구요』
집안에서 요리할 일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부엌을 아예 없애버리는 집이 있는 반
면 「또 하나의 부엌」을 만드는 집도 등장하고 있다. 쾌적함과 편리함을 위해 아파
트 뒤편으로 나있는 발코니나 다용도실에 부엌을 하나 더 꾸미는 것.
현대건설의 현대주택문화센터에는 1년전부터 33평형과 43평형 모델하우스에 「또
하나의 부엌」을 만들어놓았다. 현대건설 인테리어팀의 이강심씨는 『냄새가 심하거
나 오랜시간 조리할 음식이 있을 때 「또 하나의 부엌」이 효과적으로 쓰여 요즘 들
어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대우건설도 대부분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또 하나의 부엌」을 설치
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또 하나의 부엌」을
요구하는 주부들이 많았다는 것.
24평형 이상의 계단식 아파트 뒷발코니에는 작게나마 부엌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가스레인지 설치가 기본이고 37평형 이상에는 입식세탁조
를 함께 들여놓아 간단한 손빨래도 할 수 있게 했다.
대우건설 주택사업기획팀의 김승배차장은 『여름에 아무리 냉방을 잘 해도 조리할
때의 열기로 도로아미타불이 되기 십상』이라며 『예전에는 「주방의 크기가 작다
」는 주부들의 불평이 많았으나 요즘에는 크기보다는 쾌적함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尹 景 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