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근처에 있는 키노산 정상에서였다. 7,8명 돼 보이
는 한 무리의 스키어가 낙엽이 떨어지는 것 같이 살랑살랑 가볍게 턴 하며 계곡 아
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너무도 멋진 회전 모습이어서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
중에 알고 보니 카빙스키어들이었다.
그후 스키 하나만 들고 유럽을 여행할 때도, 또 뉴질랜드와 일본에서도 카빙스키
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이렇게 말했다. 『한번만 타보면 스
키를 바꿔야 할걸』 하지만 쇼트다리처럼 짤막하고 살찐 호박같은 우스꽝스런 모습
부터가 「정통파」를 자처하는 내게는 와 닿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여름방학 뉴
질랜드 코로넷픽스키장에서 강사로 일하게 되면서 카빙스키를 신어 보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 역시 내가 만난 카빙스키어와 같은 말을 하게 됐다. 빠른 속
도에서도 멋진 자세로 회전할 수 있는 카빙스키. 그것을 마다할 스키어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카빙스키는 타면 탈수록 보통 스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
로운 묘미를 주어 스키어들을 즐겁게 한다. 나보다 훨씬 먼저 카빙스키를 시작한 스
위스 데먼스트레이터들이 한 두번 타보고 카빙스키를 논하지마라고 했던 게 이해가
갔다. 카빙스키의 매력이라면 역시 다이내믹한 회전. 플레이트는 짧게, 사이드컷은
깊게 변화를 주므로 카빙스키는 회전시 속도가 아주 빠르다. 이 때문에 스키어의 회
전자세는 빠른 회전시 발생하는 강한 원심력을 이용해 다이내믹해진다. 그리고 그
느낌은 오토바이를 처음 탔을 때처럼 강하고 신선하다.
세계의 유수한 스키매거진들은 카빙스키를 「미래의 모양」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선택은 스키어의 몫이다. 혁명이 될지, 한순간의 유행으로 그칠지 아무도 확
실하게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가지, 편견을 갖지 않고 그 장점에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본다.
박 수 철<대한스키협회 공인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