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元在기자」 「국내 최고권위 영화상인 대종상의 올해 심사는 과연 공정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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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환서울시극장협회장의 구속을 계기로 검찰 수사가 대종상 심사 과정의 비리를
캐는 쪽으로 전개되면서 이같은 해묵은 물음이 영화계 안팎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
다.
지난 4월 제34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애니깽」의 제작사
는 곽씨가 대표로 있는 합동영화사. 대종상 수상 결과가 발표되자 상당수 영화인들
은 「애니깽」의 완성도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면서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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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희와 고 임성민(95년 사망)이 주연한 「애니깽」은 20세기초 멕시코에 노예로
끌려간 한민족의 수난사를 다룬 영화. 제작비 30억원에 상영시간 두시간이 넘는 「
대작」이지만 촬영 도중 남자주인공이 세상을 떠난데다 예산문제까지 겹쳐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영화인과 일반 관객들이 가장 의아해하는 대목은 대종상 수상작인 「애니깽」이
여전히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고 있는 이유. 영화사측은 당초 이 영화를 추석 연휴에
맞춰 개봉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상영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애니깽」은 올해 대종상 공개심사에 오른 17편 중 유일한 미개봉 영화로 영화제
기간중 세차례 시사회를 가졌다. 당시 「애니깽」을 관람한 영화인들은 『대종상
출품시한에 맞춰 서둘러 만든 탓인지 마무리 과정에서 허점이 많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올해 예심에서는 80년 광주항쟁을 소재로 다룬 「꽃잎」이가장많은표를 받았으나
본심에서역전된것으로알려졌다.당시 본심에 참여했던 심사위원은9명이었다.
강한섭 이충직 정재형씨 등 영화평론가 32명은 대종상 폐막 직후 영화제 집행위원
회에 「애니깽」의 특별상영을 요구하는 공개제안서를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92년 이후 대종상의 최대 스폰서였던 삼성문화재단이 내년부터 대종상 재정
지원을 중단키로 결정한 것도 수상결과를 둘러싼 잡음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와 관련, 「영화계 제도권의 붕괴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점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연윤리위원회가 헌법재판소의 영화 사전심
의 위헌결정으로 존폐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대종상의 운영과 관련있는 영화인협회
도 대종상 비리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