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元在기자」 헌법재판소가 영화 사전심의 위헌 결정을 내린지 3주일이 지났지만 공연윤리위원회는 여전히 영화계의 「실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성북구석관동 옛 안기부 터의 공륜 청사는 전반적으로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 그러나 심의위원과 사무처 직원들은 눈에 띄는 동요없이 영화 비디오 새 영상물에 대한 심사 업무를 진행중이다. 헌재 결정 직후 영화계를 중심으로 거세게 제기됐던 공륜 존폐 논쟁의 열기에 비춰볼 때 공륜은 「격세지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외견상 평온을 되찾은 것.
공륜의 정상화는 영화 심의건수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헌재 결정이 나온 지난 4일부터 24일까지 공륜이 심의한 영화는 28편. 9월 한달간 심의 실적이 41편인 점을 감안하면 「위헌결정 변수」가 공륜의 업무량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점을 알 수 있다.
공륜이 활기를 되찾도록 기여한 「일등공신」은 문화체육부와 전국극장연합회. 문체부는 공륜의 시한부 등급심사를 주내용으로 하는 임시대책을 마련했고 전국 5백39개 영화관 대표의 모임인 극장연합회는 『공륜의 등급심사를 받은 영화만 상영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영화개봉을 준비중인 수입사와 제작사는 결국 공륜의 심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공륜은 헌재 결정에 따라 영화심의의 핵심 권한인 필름 삭제권을 박탈당한 상태. 그러나 심의위원들이 영화등급을 정하는 과정에서 「운영의 묘」를 살려 헌재 결정전과 비슷한 형태의 「여과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2일 개봉된 스릴러영화 「카피캣」의 경우 수입사측에서 고교생관람가로 신청했으나 공륜은 폭력성 짙은 장면에 손을 대지 않는 대신 미성년자관람불가로 등급을 올렸다. 또 액션영화 「사일런트 트리거」는 심의위원들이 마약 흡입 등 세 장면에 대해 『이 상태로는 미성년자관람불가 등급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 결국 수입사가 문제성 장면을 「자진 삭제」해 등급심사를 통과했다.
공륜 직원들은 영화계와 사회단체 대표로 구성된 「영화진흥법 개정 대책위원회」에서 공륜의 위상과 관련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예의 주시하면서도 헌재 결정 직후와 같은 불안감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직원은 『민간자율기구든 법적기구든 공륜 사무처가 축적한 영화심의 노하우는 활용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영화검열 폐지를 추진해 온 영화인들은 『최소한 지금까지는 헌재 결정으로 바뀐게 거의 없는 셈』이라며 『공륜은 과도기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역할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