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옷에 멋진 춤」…파티문화 40대 중산층 확산

  • 입력 1996년 11월 3일 20시 35분


「康秀珍기자」 『파티가 없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드레스를 입을 수 있는 기회를 준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86년 대종상 시상식에서 영화배우 이혜영씨는 여우조연상 수상소감 대신 엉뚱한 「파티부재론」을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96년 10월 31일 밤. 하얏트호텔 등 서울의 각 특급호텔 나이트클럽과 압구정동 홍익대앞 이태원 등의 카페에는 공주 왕자처럼 화려한 정장을 하고 가면을 쓴 남녀들로 가득했다. 할로윈데이를 맞아 곳곳에서 가면파티가 열린 것. 최근 외국영화에서나 볼수 있었던 크고 작은 파티가 「파티부재국」이었던 우리나라에서도 늘고 있다. 신세대들에게서 시작된 파티문화는 생활에 여유있는 중산층 중년부부들에게 퍼져가는 추세. 요란스런 신세대파티와 달리 격식을 갖춘 정장차림으로 식사를 하고 춤도 즐기는 서양식파티다. 지난 9월 서울 하얏트호텔 야외풀장에서 열린 「성 페테르부르크 볼 파티」는 그 대표적인 예. 19세기 러시아를 주제로 한 이 파티에는 잘 차려입은 30, 40대부부들로 붐볐다. 식사와 음악 춤을 즐기는 이 파티는 6만원짜리 티켓이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치과의사인 김명동씨(54)는 지난해부터 1년에 세번씩 정기적으로 댄스파티에 참석하고 있다. 이 파티에는 평소 친분이 있는 25쌍의 부부들이 턱시도와 이브닝드레스로 차려입고 호텔연회실을 빌려 저녁식사와 볼룸댄스를 즐긴다. 김씨는 『정장을 차려입고 아내와 함께 가서 춤을 추는것이참좋다』며『골프보다훨씬 더멋진사교생활』이라고말했다. 이같이 파티문화가 늘어나면서 「파티의상」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최근 1∼2년 사이에 패션업체들이 앞다투어 「공주치마」를 내놓은 것도 늘어나는 파티문화에 대한 반증. 파티복을 대여해 주는 옷가게들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태원에 있는 파티복전문점 「프로포즈」의 주인 양정순씨는 『최근 2∼3년사이 부부동반 파티에 입고갈 옷을 찾는 30, 40대 주부고객이 늘고있다』며 『이브닝드레스만 한달에 열벌정도가 나간다』고 말한다. 성균관대 박성희교수(사회복지학)는 파티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일종의 계급문화』라며 『일부는 상업성에 의해 조장되고 서구문화에 편중돼 있긴 하지만 지나치게 향락적으로 흐르지 않고 고급문화로 발전한다면 나름대로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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