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李元洪기자」 「블루맨 그룹」의 퍼포먼스 「튜브스」가 공연되고 있는 뉴욕 아스토어 플레이스 시어터. 「가장 전위적이고 미친 듯한 퍼포먼스」라는 평과 함께 5년동안 매진행진을 하고 있는 이 그룹에 한국인이 섞여 있어 눈길을 끈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각종 파이프와 고무호스로 내장처럼 헝클어진 무대가 나타난다.무대 앞쪽에 앉은 관람객들에게는 오물이 튈 것에 대비, 비옷을 나누어주고 무대는 어둠에 잠긴다. 이윽고 등장하는 것은 얼굴과 머리를 새파랗게 칠한 세명의 연기자. 입에 머금은 물감을 뿌려 그림을 그리고 즉석에서 내시경으로 사람의 위장을 촬영해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배에서 튀어나오는 오물을 관객들에게 뿌리고 화장실의 휴지가 관객들을 휩싼다. 이들이 연기하는 동안 해골로 분장한 드럼연주자의 격렬한 연주가 흐른다.
한국인 아이언 배(28)는 이 그룹의 드럼연주자이자 무대 디자이너. 매트 골드맨, 필 스탠튼, 크리스 윙크 등 세명의 「블루맨」과 함께 91년부터 「튜브스」공연을 해오고 있다. 현재 아스토어 플레이스 시어터의 무대디자인과 극중 음악도 그의 작품이다.
『심각한 주제를 떠나서 어린아이가 난생 처음 서커스에 갔을 때처럼 순수한 흥분과 재미를 느껴보자는 것이 공연의 취지입니다』
그러나 「튜브스」는 기존의 「고상한 문화」에 대한 통렬한 풍자도 담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입에서 뱉어낸 물감으로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화들에 대한 풍자입니다. 화장실휴지로 관객들을 감싸며 야유하고 즐기는 것은 한때 유행했던 빌딩이나 다리 등 건축물들을 천으로 감싸던 설치미술을 풍자하는 것이지요. 극중에서 아무렇게나 저질러지는 행동들은 문화행위의 과정들이 알고보면 별것 아니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 풍자하면서 통렬함이나 가식을 벗은 단순한 재미를 느껴보자는 게 「튜브스」의 취지입니다. 제가 디자인한 무대도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튜브스」의 내용처럼 그의 삶도 한군데 규정받기를 거부한다. 어려서부터 발레를 익힌 그는 12세에 아메리칸 발레스쿨에 입학한 유망주였다. 그러나 「진로가 너무 일찍 결정되는 것이 싫어」 이후 브레이크댄스, 피아노와 그림에 몰두했다. 그러나 대학졸업후에는 남몰래 익힌 드럼연주가로 변신해 가족들마저 놀라게 했다.
그는 현재까지 약 1천5백회의 「튜브스」공연을 했다. 현재 보스턴에서도 「튜브스」공연무대를 열고 있는 그는 요즘 무대디자인 음악조율 등에 신경을 쓰느라 귀빈들이 관람하는 중요무대에서만 직접 연주를 한다. 현재 뉴욕시의 의뢰를 받은 뉴욕기념작품에 몰두하고 있는 조각가 존 배가 그의 아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