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와 보통 관객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영화는 어떤 것일까. 수많은 영화인들이 만들고 싶어하지만 그런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그러나 벨기에 출신의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이 프랑스 스태프와 배우를 동원해 만든 「제8요일」은 그런 행운을 가진 영화다. 통속적으로 말하면 예술성과 오락성의 두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그 성공은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며 때로는 비정상이 정상이고 정상이 비정상이다」는 역설의 철학으로부터 시작됐다. 주인공 하리는 성공한 세일즈기법 강사. 판매의 핵심적 전술을 가르치는 그의 강의는 청중들에게 탄성을 끌어낼 정도다. 그러나 사회적 성공을 위해(또는 그 성공 때문에) 하리의 가정사는 엉망이다. 부인과는 별거상태이며 두딸과의 거리도 멀어졌다. 하리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밤에 차를 몰고 가다 개를 치게 되고 그옆에 넋을 잃고 서 있는 다운증후군 환자 조지를 만나게 된다.
이 유럽영화의 매력은 역설적이게도 할리우드 영화의 드라마 전략을 사용한 점이다. 인생의 위기에 빠진 중년남자가 자신과 정반대의 인물을 만난다. 반목하던 두 사람은 차츰 신분의 차이를 넘어선 공통점에 끌리게 되고 둘의 우정이 완성되는 순간 주인공의 문제도 해결된다. 영화는 감동적이고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들을 엮어가면서 관객을 울리고 웃긴다.
하지만 평론가들이 「레인 맨」과 「제8요일」의 유사성에 한숨을 내쉬고 자리를 일어나려는 순간 영화는 감히 할리우드 장르영화가 상상도 하지 못할 꿈과 환상의 차원으로 비약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사라지고 비극과 희극의 구분도 없는 차원. 조지는 옥상에서 추락하지만 그의 얼굴은 지고의 행복감에 휩싸여 있다.
현존하는 프랑스 배우중 가장 다양한 연기의 폭을 보이는 「마농의 샘」의 다니엘 오테유의 열연이 인상적이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다운증후군 환자역을 자기만의 연기술로 소화하는 실제 다운증후군 환자 파스칼 뒤켄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말에도 「미쳤다」는 단어는 「돌았다」는 뜻과 함께 어느 경지에 도달했다는 양면적이며 모순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 않은가.
강 한 섭(서울예전 영화과교수)